사회
물 없는 소방차 끌고 출동…허둥대다 초기 대응 실패
입력 2017-11-28 11:11  | 수정 2017-12-05 11:38

충북 영동의 한 의용소방대가 물을 싣지 않은 소방차를 끌고 현장에 출동해 피해가 커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5일 오전 8시 23분께 영동군 추풍령면의 한 정미소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충북도소방본부 상황실에 접수됐다. 이는 곧바로 영동소방서와 관할 의용소방대원에게 전달됐고, 5분 뒤 의용소방대가 가장 먼저 소방차를 끌고 도착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탱크에는 물이 채워져 있지 않아 방화수가 나오지 않았고 이 사이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8분 뒤인 8시 35분께 황간119안전센터의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건물과 기계설비 등이 불에 휩싸인 상태였다.
불은 신고된 지 47분 만에 진화됐지만, 정미소 건물과 도정기계, 벼 2t 등이 모두 탔다. 소방당국은 이번 피해 규모를 5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화재를 키운 소방관은 소방관서가 없는 시골에 조직된 의용소방대원이다. 이들은 화재 현장에 출동할 때 약간의 수당을 받지만, 평소 생업에 종사하는 일종의 자원봉사자다.
영동소방서 관할에는 13개 의용소방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5곳은 소방대원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끼리 운영하는 '전담 의용소방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도 전담 의용소방대로 소방장비 관리 규칙상 장비 상태와 출동 태세 등을 매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소방대는 가장 기본이 되는 물 관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동소방서는 뒤늦게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2000t짜리 물탱크가 완전히 빈 상태는 아니었지만, 물이 가득 채워지지 않은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출동한 소방관들이 정식 소방관이 아니다 보니 책임을 추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초기 대응에는 실패했지만, 곧바로 물을 싣고 와 주변 주택 등에 불길이 번지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며 "초기 대응 실패 뒤 대처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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