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항, 여진 불안 속 치러지는 수능…"지진나도 끝까지 시험볼래요…여진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
입력 2017-11-22 15:52 

"이번에는 제발 지진이 안나서 무사히 시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 모양(포항여고 3)
"지진 나도 버티고 끝까지 시험 볼 거에요. 지진보다 재수가 더 무섭거든요" 한 모군(포항 이동고 3)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예비소집에 참석한 포항 수험생들은 새로운 시험장과 시험실을 확인하면서도 긴장감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률(중앙고 3) 학생은 "감독관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는데, 세월호 사태 생각하면 솔직히 바로 뛰쳐나가야 살 수 있는거 아닌가 싶다"면서 "그런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하니 듣긴 들어야 할 것 같고,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진 대처 매뉴얼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여진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수능 시험 3일 전 대체시험장으로 지정된 포항 이동중학교는 전날까지도 시험 준비를 위한 실무 작업이 끝나지 않아 분주했다. 추가 여진 발생에 대비해 학교 건물 내부 기둥과 벽면 곳곳엔 '지진대피경로'라 쓰인 A4용지 출력물이 붙었다.
교실 내부 환경 정리도 한창이었다.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던 만큼 교실 내 일부 책상들은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한 상태였다. 학교 측은 책상 면적 크기의 녹색 고무판을 덧대는 형식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현장에서 시험장 준비 작업을 하던 교사 최씨는 "고무판을 사용할 경우 아무래도 냄새가 많이 나서 시험에 방해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포항 지역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서울과 세종, 포항을 연결하는 '핫라인'인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을 구축·운영한다. TRS는 긴급·그룹 통화 등을 위해 다수의 사용자가 공동으로 채널을 활용하는 무선이동통신을 의미한다. 중대본은 이를 위해 이동기지국 2대와 단말기 30여 대를 확보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수능 당일 포항에 내려가 비상대기한다.

수험생들은 수능 당일에는 입실 완료시간인 오전 8시 10분에 딱 맞춰 시험장에 가기보다는 여유를 두고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수험표 분실 등 '비상상황'에 대처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수험표를 잃어버린 수험생은 응시원서에 붙인 것과 같은 사진 1장과 신분증을 들고 각 시험장에 설치된 시험관리본부로 가면 수험표를 재발급해준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은 물론 청소년증도 가능하다. 또 주민등록·청소년증 발급신청 확인서도 신분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신분증 발급신청 확인서와 여권은 '유효기간' 중이어야 한다.
지각할 위기거나 시험장을 잘못 찾아간 경우도 침착하게 대처하면 된다. 입실완료 시각까지 다소 여유가 있다면 119나 경찰민원콜센터인 182로 전화를 걸어 소방과 경찰의 '수험생 이송' 도움을 받으면 된다. 잘못 찾아간 시험장 시험관리본부에 문의해도 최대한 도움을 준다. 시험시간이 임박한 최악의 경우 시험장을 잘 못 찾아온 수험생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다.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스마트워치 등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이다. 애초부터 집에서 들고가지 않는 편이 낫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시험장에 가져왔다면 1교시 시작 전 감독관 지시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수험생 어머니가 도시락 가방에 깜빡 잊고 넣어둔 휴대전화가 시험 중 울리면서 귀가조치된 적이 있다. 수험생이 시험 중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물건은 '신분증, 수험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 흰색 수정 테이프, 흑색 연필, 지우개, 샤프심, 시침·분침(초침)만 있는 아날로그 시계뿐이다.
수능 당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내린 눈이 얼어붙어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수험생들은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우산을 챙겨야 한다. 22일 기상청이 발표한 '수능일 기상 정보'에 따르면 23일에는 서쪽에서 다가오는 약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아침에 서해안을 시작으로 낮까지 중부지방(강원 영동 제외)과 전라 내륙, 경북 서부 내륙에서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수능 당일 아침 최저기온은 -7∼4도, 낮 최고기온은 3∼11도로 예보됐다.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3도, 인천 -2도, 수원 -4도, 춘천 -5도, 대전 -2도, 전주 -1도 등에서 영하로 내려가겠다. 지진 피해를 겪는 포항의 아침 최저기온은 3도로 예보됐다.
[서울 = 김효혜 기자 / 포항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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