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정문 앞에는 `평창 롱패딩`을 구하기 위해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 김규리 기자]
"아니 이 줄은 뭐에요?"22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역에는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근하던 직장인과 학생들은 때아닌 진풍경에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도 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구스롱다운점퍼', 일명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품절됐던 롱패딩이 이날 개점과 함께 선착순 판매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전일 밤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밤샘 노숙'은 물론 새벽 첫차를 탄 이들까지 더해지면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대기 번호 1번을 획득한 이선우씨(32·남)는 "경기도 일산에서 출발해 전날 오후 7시부터 문 앞에서 기다렸다"면서 "올림픽 기념 제품으로 의미가 있는 데다 한정판으로 판매한다고 하니 밤을 새서라도 사고 싶었다"며 웃었다. 어머니와 함께 왔다는 이씨는 15시간을 밤새 기다린 끝에 오전 10시 30분 평창 롱패딩을 첫 번째로 구매하는 주인공이 됐다.
평창 롱패딩 열풍은 기존 롱패딩과 비슷한 충전재(솜털80%·구스20%)로 만들어졌지만 가격은 절반정도인 14만9000원으로 저렴해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잠실점 에비뉴엘에 입고된 수량은 1000개다. 하지만 이미 전날 새벽에 구매 가능한 인원이 마감돼면서 '돈 주고도 못사는 귀한 몸'으로 등극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날 새벽 1시께 이미 500번대로 사람들이 불어났다"면서 "오늘 오전 6시 30분을 기점으로 선착순(1000명) 번호표 배부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1000번째 번호표를 받은 최정은(20대·여성)씨는 "경기도 포천에서 첫 차를 타고 와 여기에는 6시 30분께 도착했는데 다행히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아쉽게도 번호표를 받지 못한 나머지 소비자들은 아쉬움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자리를 뜨지 않고 대기줄에 머물렀다.
이날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노숙을 각오하고 미리 야외용 돗자리나 담요 등을 챙겨온 이들도 있었다. 박성철(25)씨는 새벽부터 이곳에 도착해 줄을 선 후 970번대 번호표를 받았다 [사진 = 김규리 기자]
롱패딩을 사수하기 위해 2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직 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 김명진군은 "학교에 가정체험학습이라고 말하고 전날 마지막 버스를 타고 새벽 1시30분에 이 곳에 도착했다"면서 "학교에서 평창 롱패딩을 입은 사람이 없어 지금 구매할 수 있다면 희소가치가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사이에서 롱패딩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일부는 웃돈을 주고 중고로 구매하려는 학생들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실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25만원에 올라온 '평창 롱패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수고비만 내면 줄을 대신 서주고 구매까지 해준다는 이른바 '롱패딩 구매대행족'까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수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1인당 1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고 안전성을 고려해 선결제후 상품을 수령하는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전날밤부터 노숙을 하면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있어 핫팩을 제공하고 (18일 서울 소공점 사태와 같은) 혹시나 발생할 위험에 신경을 쓰는 등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평창 롱패딩은 당초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온 ·오프라인 스토어에서도 판매됐지만, 각 판매처마다 수백여명의 인파가 몰려 안전 등의 이유로 변경됐다. 22일부터 롯데백화점 일부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를 재개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영등포점, 평촌점, 김포공항점을 시작으로 오는 24일에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광복점, 대구점, 대전점, 창원점, 울산점, 광주점 등 백화점 7개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동부산점, 롯데아울렛 수완점 등 아울렛 3개 점포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또 30일에는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마지막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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