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7년 장기집권 끝났다"…부부세습 노린 무가베 사임
입력 2017-11-22 08:35  | 수정 2017-11-29 09:05




37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기로 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의 퇴진은 사실상 보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부부 세습'을 노리고 영부인의 강력한 대권 라이벌 후보인 부통령을 갑작스럽게 내쫓은 뒤 군부 쿠데타, 탄핵 역풍을 견뎌내지 못하고 15일 만에 퇴진한 것입니다.

무가베 대통령의 결정적인 자진 사임 요인은 대통령직 부부 승계 시도로 꼽힙니다. 이번 시도는 군 쿠데타와 탄핵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고 무가베는 거센 퇴진 압력에 끝내 무릎을 꿇었습니다.

'부부 세습'의 시발점은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 6일 갑작스럽게 단행한 내년 대선의 유력 후보인 에머슨 음난가그와(75)의 경질입니다.


뚜렷한 이유 없는 이번 경질은 무가베가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에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지지해온 짐바브웨 군부는 숙청 중단을 요구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 15일 쿠데타를 감행, 정부를 장악했다.

무가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도 '부부 세습'에 즉각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음난가그와 지지 의원이 다수 포진한 집권당은 무가베가 부인에게 통치 권한이 없음에도 헌법이 부여한 권력을 부여하려는 시도 등을 주된 탄핵 사유로 꼽으며 무가베를 압박했다.

폴 망과나 ZANU-PF 부사무총장은 "그레이스는 각종 집회에서 공무원과 부통령을 모욕하고 있다. 그 부부는 군부를 헐뜯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그의 탄핵 사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대선 후보로 무가베를 이미 지정했던 집권당은 이번 일로 무가베의 당대표직까지 박탈하며 퇴진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레이스 여사도 함께 당에서 제명했고 음난가그와를 새 당 대표로 추대했다.

집권당은 무가베에 반대하는 여론에 힘입어 지난 20일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무가베는 즉각 퇴진을 거부했다.

결국, 집권당은 주요 야당의 지지 아래 21일 오후 탄핵을 위한 의회를 소집해 열었고 의회 도중 무가베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짐바브웨 상·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집권당 내에서 무가베의 탄핵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해 탄핵 가능성은 큰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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