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체불명 파산신청에 거래멈춘 코스닥기업
입력 2017-11-21 17:39  | 수정 2017-11-21 19:48
태양광 발전기용 특수 필름을 만드는 에스에프씨는 지난주 갑자기 거래가 정지됐다. 에스에프씨는 시가총액 800억원 규모 코스닥 상장사다. 이달 초 P2P 금융업체 '빌리'를 110억원 들여 인수한다는 발표도 했다. 그런 회사가 개인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자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영문도 모른 채 투자금이 묶여버린 주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아울러 채권자라고 주장하면서 근거 없이 파산신청을 해도 거래가 정지되는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발단은 채권자라고 주장한 김규영 씨가 14일 대전지방법원에 에스에프씨 파산을 신청하면서다. 김씨는 에스에프씨가 자신에게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거래소가 이날 바로 에스에프씨에 해당 사실이 맞는지 공시를 요구했다. 이튿날 돌연 김씨는 '채무관계에 오인이 있었다'며 파산신청을 취소했다. 이때만 해도 주주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16일 오전 한국거래소는 에스에프씨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정지했다. 김씨 채권을 넘겨받았다는 장동선 씨가 15일 다시 파산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코스피 종목과 달리 코스닥 기업은 파산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거래가 정지된다. 투자자를 부실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소액 주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해 의견을 나누며 대책을 고민 중이다. 여기에 처음 파산신청을 한 김씨도 참여했다. 김씨는 사과문에서 "파산신청을 한 이유는 제 개인적인 문제였고 또 오해 부분은 사측과 해소되었기에 파산신청 다음날 취하했다"면서 "2차 파산신청도 조속히 취하되어 주주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올해 5월 에스에프씨 이사에 선임되기로 했으나 주주총회 결의를 앞두고 다른 이로 교체됐다. 장씨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다.

회사 측은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병직 에스에프씨 부사장은 "사문서 위조, 사기, 업무방해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스닥 상장사를 상대로 파산신청을 할 경우 거래가 정지되는 것을 악용한 악의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에프씨 측은 정상적인 여신거래 말고는 채무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빌리, 제이에스산업(금속업체·10억원), 오디컴퍼니(뮤지컬 제작사·90억원) 등을 인수했다. 매출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거래 정지가 풀리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법원이 채권 관계를 꼼꼼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코스닥 상장사 코아크로스도 채권자 파산신청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법원은 이 신청을 각하했지만 그 결정에 한 달이 걸렸다.
시장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규정이 본래 목적과 달리 정상적인 기업과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에도 코스닥 상장사 아이디엔이 같은 이유로 20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됐다. 파산신청인이 없는 채권을 꾸며내 파산신청을 하고 취하하는 대가로 2억원을 요구했다. 현 상황에서는 시가총액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코스닥 상장사도 허위 채권을 근거로 파산신청을 하면 이 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법원이 파산을 결정하면 그때 거래가 정지되는 코스피 상장사와 비교해 지나친 차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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