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거품 징후에도…꺼질줄 모르는 바이오 주가
입력 2017-11-21 17:33  | 수정 2017-11-21 19:36
◆ 코스닥시장 뜨겁게 달구는 바이오株 광풍 ◆
코스닥시장에 바이오 광풍이 불고 있다. 기존 대표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 신라젠 등은 연일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이달 6일 새롭게 상장한 티슈진은 거래 시작 2주 만에 공모가 2만7000원 대비 3배에 가까운 7만원을 오르내리며 코스닥 시가총액 4위(4조3100억원)로 올라섰다. 증권 전문가들은 바이오주 단기 과열을 경계하면서도 개인에 더해 외국인까지 바이오 업종 매수에 열을 올리자 시황 분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사이 개인을 중심으로 단타매매까지 성행하면서 거래량의 70%가 오전에 사서 오후에 파는 식의 투기판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변동 시황과 전망을 긴급 점검해 봤다.
코스닥이 10년 만에 790선 고지를 목전에 뒀다. 바이오주가 급등하면서 지수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연기금 투자 확대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바이오주일 정도로 시장 편중이 심화하면서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코스닥시장에서 주요 바이오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6일 상장한 티슈진은 10% 이상 급등하면서 상장 보름 만에 코스닥 시총 4위로 올라섰다. 신라젠은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일 상한가에 이어 장중 한때 10%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였다.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셀트리온 삼형제도 나란히 전일 대비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 바이오주 상승세는 광풍에 가깝다. 지난달 20일 기준 3조7560억원이었던 신라젠 시총은 21일 8조7115억원으로 한 달 사이 2배 이상(132%) 올랐다. 셀트리온제약도 1조62억원에서 2조2170억원으로 올라 109%의 시총 증가율을 보였고, 바이로메드와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나란히 30% 이상 시총이 증가했다. 코스닥 바이오주는 코스피 바이오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시총 3위인 신라젠은 유가증권시장 시총 1위 제약사 한미약품(6조 5195억원)보다 시장가치가 높다. 티슈진은 녹십자(2조7931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시총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 주요 종목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27조3178억원)은 코스피 시총 6위 포스코(27조2023억원)를 넘어선다. 여기에 코스닥 시총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11조9484억)와 셀트리온제약(2조2170억원)까지 합치면 셀트리온그룹의 시총은 40조원을 넘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시총(34조5834억원)을 크게 웃돌며 3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바이오 광풍으로 코스닥도 연일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사이 17% 오른 코스닥은 이날 전날보다 4.06포인트(0.52%) 상승한 789.38로 마감해 790을 눈앞에 뒀다. 개인투자자들이 1103억원의 강한 순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9억원, 44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바이오 광풍에 개미투자자들이 달라붙는 모양새다.
지나친 바이오 대형주 위주의 코스닥 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바이오주의 실적 대비 주가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한 달 사이 주가가 130% 이상 급등한 신라젠은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올해 3분기에도 누적 영업손실이 371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바이오 시장 투자자들은 9개월 사이에 지수가 82%가까이 폭락한 2000년 IT 버블 사태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른 시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극히 비정상적인 과열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코스닥 강세가 소수 시총 상위 대형주에 편중돼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적·수급적 단기 주가 과잉에 따른 반응일 수 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 같은 경우에 조심스러운 행보가 관측되는데 아무래도 뒤늦게 개인투자자들이 따라붙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 상위 종목에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주요 IT주 등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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