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후진 운전의 길이 열렸다. 자율주행기술이 후진 운전에도 적용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후진 주행시 운전자가 별도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방향을 틀어주는 후방 주행지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후진으로 주차할 때 자동으로 조향해 주는 기술(파크 어시스트)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후방 주행 자체를 지원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좁은 골목길에 접어들었다가 후진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별도의 버튼(현재는 크루즈 버튼)을 누른 뒤 후진 기어로 바꾸면 된다. 이렇게 하면 차량이 천천히 왔던 길을 기억해내며 후진한다.
현대모비스 기술은 차가 전진할 때의 속도와 주행경로를 컴퓨터에 저장해 둔 뒤, 후진할 때 이를 역으로 계산해 응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최근 차량에 장착되는 운전자 지원기술(DAS)은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외부환경을 직접 인식하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후방 주행지원 기술은 차량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조향각 센서와 휠 센서, 휨 센서 등을 활용해 차의 이동속도와 거리, 회전한 정도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장치 부작 부담이 많지 않아 손쉽게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술 개발을 주도한 김정구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전국 도로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좁은 길이 많고 주차공간이 협소해 후진으로 차를 일정거리 이상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방주행지원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개발은 '유레카'식 사고방식의 결과다. 모든 업체들이 전방 자율주행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때, '후방은 필요 없을까?'라는 사고의 전환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전방 자율주행의 경우 고가의 센서 등이 필요하지만 이번 기술은 웬만한 차량에 다 장착되어 있는 센서들을 활용해 범용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기술로 국내 특허 2건과 해외 특허 1건을 출원한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조만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을 추가해 출발과 제동까지도 지원해주는 완전한 후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기술 개발은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모비스 기술공모전'의 수상작이다. 회사는 당시 아이디어 차원이었던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연구원은 끝까지 이를 연구해 기술 확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조서구 현대모비스 DAS부품개발센터장(이사)은 "자율주행기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운전자지원기술의 편리함을 제대로 활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후방 주행지원 기술처럼 당장 운전자들이 까다로워 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을 확대 개발해 실생활에서 더 많은 편의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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