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푸드트럭 전문가 "덜 알려진 세계요리로 성공확률 높여야"
입력 2017-11-16 10:23  | 수정 2017-11-16 16:06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본사에서 만난 이석규 자영업지원센터 창업지원팀장. [사진 = 김규리 기자]

그야말로 '푸드트럭 전성시대'다. 암울한 가정사, 취업난 등 고생했던 과거를 딛고 푸드트럭으로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청춘들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년 지원자가 늘고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 2015년(3월 기준) 신고된 푸드트럭은 전국에서 3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48대로 껑충 뛰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창업대박'을 꿈꾸며 달려든 20·30대다.
하지만 푸드트럭을 준비하는 예비 청년 창업가를 말리는 이가 있다.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오면 두 번, 세 번 더 생각하도록 권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난 7년 경력의 소상공인 창업 지원 전문가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본사에서 만난 이석규 자영업지원센터 창업지원팀장(사진·59)은 "청년들이 단순히 창업 투자 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푸드트럭을 시작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소상공인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푸드트럭 창업이 활성화된 2015년 이후부터는 관련 컨설팅과 강좌 상담가로 활약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올해까지 600여 명의 수료생이 이 곳에서 나왔다. 개인 상담 건수만 연 450개가 넘어 기관 내 '푸드트럭 전문가'로 통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조언'보다는 '쓴소리'를 내는 게 그의 전공이다. 의지와 열정만 갖고 뛰어들기에는 녹록지 않은 창업 환경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이 팀장은 "푸드트럭은 중고차를 사서 개조만 하면 당장이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한다"면서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창업 규제는 여전히 꼬여있어 성공한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조언했다.
Q)최근 푸드트럭 창업 열풍이 부는 것을 실감하는가.
-최근 2년 새 푸드트럭을 조명하는 방송이 생겨나면서 청년 창업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창업 성수기로 불리는 봄·여름에는 1주일에 15건 가까이 푸드트럭 지원 상담을 했다. 찾아오는 이들의 80%가 20·30대 청년들이다. 하지만 의욕만 갖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직이 힘들어서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푸드트럭)을 선택하는데 실제로 '대박'나는 사례는 1%에 불과하다. 특히 푸드트럭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창업자가 젊은 청년들로 '젊을 때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위험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진행한 `푸드트럭창업 아카데미` 수업 중 일부. 거리에 직접 나가 예비 창업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제공 = 서울신용보증재단]
Q)99%는 실패한다는 얘기인데 그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와 '메뉴'다 . 우선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상권이 좋은 곳은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고 위생·소음·냄새 등에 따른 민원도 극심해 허가가 나기 힘들다. 반대로 영업 허가가 날 수 있는 곳은 유동인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창업한 푸드트럭들은 적당한 영업지를 찾기 힘들어 줄줄이 폐업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먼저 알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법에(서울시 기준) 따라 푸드트럭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유원지 ▲공원 ▲도로(문화시설) ▲관광특구 등 13곳이다. 무턱대고 차량을 먼저 구입하기 보다는 장소를 물색하고 해당 영업지에서 허가를 받는 일이 선행되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메뉴 선정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이미 알려진 스테이크, 분식(떡볶이, 핫도그, 호떡 등)이나 커피, 솜사탕 같은 음식들은 신선하지 않다. 푸드트럭 창업의 후발주자들은 기존 메뉴와 차별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눈여겨봐둔 영업장소를 사전답사해 보는 것은 물론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권을 파악하기를 추천한다.
Q)어떤 메뉴가 경쟁력 있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장소만큼 중요한 것이 메뉴 선정이다. 이미 알려진 스테이크, 커피 , 주스, 아이스크림 등 단골 메뉴를 피하고 국내에 덜 알려진 세계 요리 등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 조리시간이랑 조리공간을 감안하다 보면 메뉴가 겹치기 마련이지만 국내에 생소한 세계 지역 음식이나 디저트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권에 따라 타깃층의 연령과 선호도가 다르다. 예를 들면 여의도 야시장의 경우 맥주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메뉴가 반응이 좋다. 또한 대부분 20·30대 나들이객이기 때문에 음식의 외관도 신경써야 한다. 반대로 강남역 지역에는 점심때 직장인 손님을 겨냥해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들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얘기다.

Q)다양한 창업 지원자를 만났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상담이 있는가.
-98년생 지원자가 찾아온 적이 있다. 소녀 가장이었는데 어머니가 아프셔서 본인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당장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 푸드트럭의 성공 얘기를 듣고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온 경우다. 그러나 빚과 학자금 대출만 3000여만원이 쌓여있는 상황.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보냈다. 희망적인 조언만 주기에는 냉혹한 것이 창업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투자 비용이 적어도 성공하기 쉽지않은 데다 빚이 있는 상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다른 사례는 부부가 동시에 방문했다. 둘다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나 음식에 관심이 많아 푸드트럭으로 장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도 돌려보냈다.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장님 소리가 듣고 싶은 마음에 섣불리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당장 시작하지 말고 최소 6개월은 식당에서 일하도록 조언했다. 음식 다루는 것이 손에 익고 그에 대한 이해가 생겼을 때 비로소 나만의 메뉴도 개발할 수 있다.
7년 동안 소상공인 지원 상담을 맡은 그는 연평균 450여명 이상의 상담자를 맡아 필요한 수칙과 조언을 가감없이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제공 = 서울신용보증재단]
Q)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푸드트럭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푸드트럭 창업에 대해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비해 전문적으로 예비 창업자를 도와줄 수 있는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다. 때문에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진행하는 창업 아카데미가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관련 강좌를 열면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지방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계획없이 시작하기 전에 창업 절차나 차량 개조에 관한 상담이 가능하다. 물론 기존 푸드트럭을 시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밖에도 투자 비용을 만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1000만~5000만원 사이 내에서 2% 초반대의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서를 발급한다.
Q)푸드트럭 예비 창업자들에게 꼭 할말이 있다면.
-서울 여의도나 강남역 등 기존에 알려진 장소는 이미 자리 공간이 마감된 상태다. '어떻게, 어디서 돈을 벌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푸드트럭에 성공하려면 흔히 보부상같이 일해야 한다'고 우스갯 소리한다. 인기 지역에 안주하지말고 전국을 무대로 사람이 있고, 축제가 열리는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장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겨울에는 푸드트럭 비수기로 여기지만 강원·충청 지역에는 겨울맞이 이색 축제들이 끊임없이 열린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을 잊지말라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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