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한극장 3세경영 시동…최대주주 국순기씨로 변경
입력 2017-11-15 17:37  | 수정 2017-11-15 19:58
필름 영화 시절 국내 최대 70㎜ 스크린으로 '벤허' '닥터지바고' 등 명화를 상영하며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한극장(법인명 세기상사)이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다. 3세 경영인인 국순기 씨가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받아 후계 작업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국내 영화 업계 최초 상장사(유가증권시장)인 대한극장이 대기업 중심의 멀티플렉스 틈바구니에서 재도약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기상사는 지난 14일 최대주주가 국순기 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국씨 지분율은 31.82%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54.13%가 된다. 회사 측은 "기존 최대주주 국정본 세기상사 회장의 유고와 지분 상속에 따른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세기상사는 올해 1월 국정본 회장 별세 후 그의 아내인 김정희 씨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당시 국순기 씨 지분은 0.49%에 불과했으나 국 회장과 김씨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세기상사의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국회의원을 지냈던 국쾌남 씨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세기극장을 세우고, 이듬해 대한극장을 매입해 직영극장 체제를 구축했다. 같은 해 외국 영화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세기상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대한극장은 1962년 2월 '벤허'를 7개월 동안 상영하면서 관객 70만명을 끌어모았다. 당시 서울 인구가 25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흥행기록이다. 1968년에 영화사 최초로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됐다.
1982년부터 국쾌남 명예회장의 아들인 국정본 회장이 세기상사 사장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1990년대 들어 대기업들의 영화 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대한극장 입지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10년 대한극장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까지 매년 1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3억원 적자를 내면서 8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국순기 씨는 홍콩의 한 금융사에 근무하고 있어 당분간 어머니 김씨가 회사를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국씨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영화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290억원에 불과하지만 대한극장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만 4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충무로가 가지는 영화계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재도약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세기상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강영권 전무는 "일각에서 매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멀티플렉스화를 위해 건물 몇 개층에 먹거리를 비롯한 새로운 놀 거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진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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