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뭉치니 대박…하나·KTB `액티브펀드` 일냈다
입력 2017-11-14 17:51 
'1등을 잡아라…중소형사의 반란.'
최근 자본시장의 관심이 온통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쏠린 가운데 중소형 증권·운용사의 컬래버레이션(합작)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TB자산운용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와 손잡고 내놓은 해외 주식형 펀드 2개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 두 펀드 모두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주식 분석을 맡고 운용은 KTB자산운용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액티브 펀드 중 10월 이후 한 달 새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린 펀드는 KTB중국1등주자펀드(1133억원)와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1284억원)가 유일하다. 뒤를 이어 해외 채권형 펀드, 해외 주식 혼합형 펀드에도 돈이 들어왔지만 유입 규모는 한 달 800억~900억원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중국의 초대형주에 투자하는 두 개의 '1등주펀드' 시리즈가 펀드 시장에서 자금 유입 규모로 1등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만들어진 지 5개월밖에 안 된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 펀드는 수탁액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5월 11일 펀드 설정 이후 5개월이 채 안 된 이달 1일 설정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지난달 10월 11일에 설정액 1000억원을 넘어서더니 불과 20일 만에 신규 자금 1000억원이 또 들어왔다.
2014년 1월에 나온 KTB중국1등주자펀드도 지난 9월부터 설정액이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1133억원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팔린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의 판매금액이 4935억원이었으므로 그중 절반가량을 KTB자산운용의 두 펀드가 차지한 셈이다.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5월 시작된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는 지난 한 달간 3.95%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3개월 수익률 13.5%로 고공행진 중이다. KTB중국1등주자펀드는 최근 중국 주식 반등을 등에 업고 1개월 수익률 8.97%, 1년 수익률 67.1%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 성과가 좋다 보니 4차산업1등주펀드의 목표전환형 상품(미리 설정된 가격에 도달하면 안정적인 상품 형태로 전환되는 펀드)은 설정된 지 한 달 반 만에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으로 운용 전환됐다.
1등주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데는 KTB자산운용 김태우 대표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전무의 '의기투합'이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국내 자본시장에 1등 펀드매니저와 1등 리서치센터장을 도맡아왔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KTB자산운용으로 옮기기 전까지 20년간 펀드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초대형 펀드를 운용해왔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한국역외펀드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컸던 피델리티코리아펀드나 2000년대 초반 주식형 펀드 광풍을 일으켰던 디스커버리펀드가 모두 그가 운용했던 작품들이다. 조선·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로 출발한 조 전무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부터 현재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까지 매년 베스트 리서치하우스 자리를 놓쳐 본 적이 없다. 덕분에 은퇴가 빠른 증권업계에서 리서치센터장만 12년째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15년 전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만난 이들은 지난해부터 '1등주펀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승자독식 경제가 심화되는데 둘이 합심해서 1등주만 찾아 투자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게 첫 아이디어였다.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자 펀드 수익률도 날개를 달았다. 두 사람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만나 주식 분석 토론시간을 가질 정도다.
KTB운용도 계열 증권사가 있고 하나금융투자도 계열 운용사가 있지만 계열사가 아닌 타사와 만나 오히려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 리서치는 규모가 작은 운용사들은 감당하기 어려운데 하나금투 같은 리서치를 만나게 돼 운이 좋았다"며 "월간, 분기 단위로 지속적인 기업 추적을 하다 보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