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박근혜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17-11-14 16:53 

남재준(73)·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77)에 대해 14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날 이병기 전 원장(70)은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됐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전직 국정원장 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 특가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남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법위반(직권남용), 이 전 원장에게는 업무상횡령, 국정원법위반(정치관여금지) 등 혐의가 추가됐다.
또 이병기 전 원장을 전날 뇌물공여, 국고손실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가 이튿날인 14일 새벽 3시께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전 원장을 긴급체포했다"며 "향후 체포 시한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장 48시간 동안 이 전 원장을 체포한 상태로 조사할 수 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생각해 청와대의 상납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특활비 상납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내다 김기춘 전 실장 후임으로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그는 국정원장 시절 특활비를 건네고, 비서실장 시절 이를 상납받은 과정에 모두 관여한 바 있다. 검찰은 특히 남재준 전 원장 시절 월 5000만 원대였던 상납 액수가 이병기 전 원장을 거치며 월 1억 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을 14일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명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특활비 총 40여억 원을 청와대에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은 잇달아 검찰에 출석하면서 초기 수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조금씩 몸을 낮추는 경향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남 원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국정원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그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찬사는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남 원장이 19시간 밤샘 조사를 마친 다음달 검찰에 나온 이 원장은 "안보 정세가 위중해 국정원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며 "오히려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돼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 사회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국정원 강화를 위해 국민적 성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쳤지만, 비판적 내용보다는 안보위기론에 더 기댄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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