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될 즈음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이 국면전환용으로 개헌 의제를 제시했다는 김성우 전 대통령 홍보수석(58)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50·불구속기소)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 21회 공판에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당초 이날 김 전 수석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우 전 수석 측에서 그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면서 서류증거조사로 대체됐다.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이틀 앞둔 10월 22일 이원종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75)등과 일부 수석들은 회의를 열었다. 김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게 국면전환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정치권에 헌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김 전 수석은 우 전 수석, 안종범 전 대통령 경제수석(58·구속기소)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비선실세를 인정하자는 취지로 건의했고, 모든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은 별 말씀이 없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안 전 수석도 지난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씨(61 구속기소) 존재를 인정하자고 건의 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또 김 전 수석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우 전 수석에게 "나가서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국회에 나갈 바에야 그냥 그만 두겠다'고 답변했다"고 김 전 수석은 밝혔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세 명의 수석들과의 면담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앞두고 말씀자료를 만들기 위한 자리로만 생각했을 뿐"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감찰을 하지 않은 것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씨(41)의 9회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최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의 법정대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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