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젊은층 사이서 뜬다는 성인용품숍 직접 가보니…
입력 2017-11-10 14:33  | 수정 2017-11-10 16:20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성인용품숍 레드컨테이너 이태원 본점을 찾았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과거 어덜트숍(일명 성인용품숍)은 어두침침한 뒷골목에 음침하게 자리잡은 경우가 많았다. 성(性)은 왠지 감춰야만 할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관련 주제를 솔직하게 다루는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성은 점차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됐다. 이에 따라 어덜트숍 역시 개방적이고 유쾌한 장소로 바뀌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으로 꼽히는 '레드 컨테이너'. 서울 이태원과 홍대, 건대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주요 대로변에 위치해있다.
요즘 이곳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는데 왜 이토록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레드컨테이너 이태원 본점을 찾았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가방이나 점퍼 안 필요하세요?"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나와 레드컨테이너까지 가는 동안 짝퉁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에디터에게 다가와 소근거렸다. 이 같은 속삭임을 듣고도 못 들은 채하며 걸어가다보니 어느 순간 목적지에 다다랐다. 입구에 성인용품(ADULT SHOP)이라고 적힌 빨간색 컨테이너 박스 모양 건물이 이태원 메인 도로변에 떡하니 자리잡았다. 1호점도 모자라 바로 길건너편에는 2호점까지 있다. 쇼윈도에는 피임·자위기구를 캐릭터화한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있어 입장(?)하는데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레드컨테이너 입구 모습 [사진 = 김지혜 에디터]
이곳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져있다. 1층엔 여성을 위한 용품과 이성을 매료시킨다는 페로몬 향수 등이 주로 비치돼 있다. 지하에서는 남성용 기구와 젤 등을 구경할 수 있다. 2층엔 커플들이 관계를 가질 때 쓸만한 용품과 피임도구들이 전시돼있다. 만19세 미만은 출입금지다.
립스틱, USB를 가장한 바이브레이터 [사진 = 김지혜 에디터]
매장에 들어서니 형형색색의 도구들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언뜻 둘러보니 립스틱, USB 등 '이게 정말 성인용품이 맞나?' 싶을 정도의 기구도 눈에 띄었다. 바나나 같이 생긴 길쭉한 물건들은 어디에 쓰일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아마도 딜 to the 도) 대부분의 용품들은 어떻게 쓰는 건지 느낌이 확 오지 않았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기요, 봐도 잘 모르겠어서…. 제품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중에서 제일 잘 팔리는 건 뭔가요?"
직원은 에디터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흡착형 바이브레이터'를 소개했다. 기존엔 클리토리스를 진동으로 자극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흡착형은 말그대로 빨아들여 보다 강한 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흡입 과정에서 공기가 유입되며 생긴 파장이 2차 자극을 준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불감증을 가진 여성들에게 이만한 기구가 없다며 강력 추천했다. 가격은 20만원대로 비싼 편이었지만 구매자들의 90% 이상이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할 만큼 만족한다고 귀뜸했다.
바로 옆 진열장에는 선물세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쁜 파스텔톤의 도구들이 있었다. 모양과 성능에 따라 가격은 20만~40만원대로 달랐다. '뭔데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하며 유심히 살펴보자 직원은 리모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 조정까지 가능한 제품이라고 알려줬다. 리듬, 세기 등을 조절할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진동 패턴까지 설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제품을 쥐었다 폈다하면 진동이 울렸다 멈췄다하고 꽉 쥐느냐 살짝 쥐느냐에 따라 진동 세기가 달라지는 등 '첨단을 달리는' 여성용 기구들에 대해 알아가며 신세계를 느꼈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그러던 중 일본인과 중국인 여성들이 매장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직원에게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이태원 1호점만해도 평일엔 보통 100명 이상, 주말엔 500~600명 정도가 들어온다"며 "주말엔 온 매장이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직원수만 해도 이태원 1호점 10명, 2호점 9명이다. "이태원 특성상 외국인 손님이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건 필수"라고 했다.
방문자의 남녀 성비에 대해 궁금해하자 "비율로 따지면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6대4정도 된다"고 답했다. 이어 "커플도 많이 오는데 남녀 중 남성들이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1층이 아닌 지하를 남성 공간으로 꾸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상품은 완판돼 매대가 비어있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남성을 위한 도구에 손을 가져다대니 진짜 살을 만지는 것처럼 부들부들했다. 특정 제품들은 품절돼 선반이 비어있었다. 문득 '신체에 사용하는 건데 위생상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은 "대부분의 기구들은 향균 실리콘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물로 잘 세척해 말려주고 클리너를 사용해 소독해주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사람 손을 비롯한 신체도 완벽히 깨끗한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그래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일본 AV배우들이 광고하는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아랍인 남성 두명을 발견했다. 남성 직원은 능숙하게 그들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부위별·성능별로 다양성을 자랑하는 여성용품과 달리 남성용품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했다. 각자 취향에 따라 본떠 놓은 모양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컬렉션 [사진 = 김지혜 에디터]
2층으로 올라가자 각종 코스튬과 속옷, SM(가학적 피학적)용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 SM영화의 대표격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컬렉션이 눈에 띄었다. 해당 영화 제작사에서 영화 속 인물들이 관계 시 사용한 용품들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보기만 해선 도저히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알기 어려웠다. 직원의 설명을 들으니 '이런 게 있구나' 싶으면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을 잠시나마 들여다본 것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콘돔 [사진 = 김지혜 에디터]
안쪽 벽면은 피임도구와 임신테스트기, 러브젤 등 비교적 일상적으로 쓸만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관계를 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성부터 나선형·돌기형·초박형(리얼핏) 등 관계 만족도를 높여주는 특수형까지…. 콘돔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러브젤 코너를 둘러보자 직원이 갑자기 에디터에게 제품 하나를 추천했다. 이름하여 '홍콩가는 젤'이었다.
"(다른 제품을 가리키며) 이 제품은 사실… 인천 앞바다? 정도 밖에 못 가요. (해당 제품을 가리키며) 근데 이건 진짜 홍콩 보내줘요."
만19세 미만 출입금지 [사진 = 김지혜 에디터]
투어(?)를 마치고 나니 대체 이런 매장을 누가 낸 것인지 궁금해졌다. 직원에 따르면 이곳 사장은 50대 남성이다. 1997년 성인용품 도매업을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성인용품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코스모스에서 운영하는 소매점인 것. 올해 1월 문을 연 이 매장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고민하다 고객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이끌며 용품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기로 내부 방침을 바꾸면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두어달 새 매출이 5배 가량 뛴 것. 현재는 최고점을 찍은 매출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동안 성인용품은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산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 같은 말에 대해 직원은 "우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고객들의 민망함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결국 구매로 이어진다"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물건을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성(性)을 부끄럽거나 당당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차츰 변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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