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농민단체 "쌀 한 톨 양보 못 해"…한미FTA 개정 공청회 사실상 무산
입력 2017-11-10 13:13  | 수정 2017-11-24 13:38

정부가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농축산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사실상 무산됐다.
농축산 단체들은 개정협상 중단과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회의장에 난입해 공청회가 시작 20여분 만에 파행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이 참여하는 'FTA 대응 대책위원회'는 이날 '한미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농축산인을 다 죽이는 한미FTA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트럼프의 '폐기' 협박에 굴복해 한미FTA 추가 개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며 "아무런 근거 없는 트럼프의 한마디에 제대로 된 반박도, 평가도 없이 이렇게 추가 개악을 강행하는 나라를 주권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대책위 관계자 5~6명은 공청회가 시작되자 '한미FTA 체결 결과 농축산업 반 토막', '농축산업 볼모로 하는 한미FTA 즉각 폐기'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이들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순서에서 한미FTA가 상호 호혜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하자 "거짓말 하지마", "이완용이 끌어내", "쌀 한 톨, 고기 한 점 양보할 수 없다" 등을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 야당 시절과 후보 시절에 뭐라고 했나. 농업 챙기고 한미FTA 폐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무대를 향해 달걀과 신발을 던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며 정부 관계자들에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상황을 정리해 공청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트럼프 공무원이냐",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라"라고 외쳤고 경호원들이 이들과 공무원 사이에 섰다.
대책위 관계자가 공청회 최고 책임자인 강성천 통상차관보에 종이 뭉치를 던졌고, 강 차관보에 달려드는 대책위 관계자와 경호원 간 몸싸움이 있었다.
강 차관보는 "추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공청회 현수막을 벽에서 뜯어 찢는 등 계속 행동에 나섰고 산업부는 낮 12시 6분께 "이것으로 오늘 공청회를 마친다"고 종료를 선언했다.
강 차관보는 '공청회가 무산된 것이냐'는 질문 등에 "나중에 말하겠다"라고만 하고 회의장을 서둘러 떠났다.
대책위는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고 향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 국회 보고 저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청회는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등을 포함해 원래 낮 12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제적 타당성 검토도 마치지 못하고 9시 50분께부터 중단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기자회견을 하고 "대외 무역으로 국가 성장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한미FTA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농축산업의 일방적인 피해로 관련 종사자는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공청회 순서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를 하지 말고 토론자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FTA 관련 공청회는 전에도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2월 2일 한미FTA 체결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농민·시민단체의 반발로 시작 30여 분 만에 중단됐다.
당시 공청회는 개회선언과 경과보고만 한 채 주제발표와 토론 없이 마쳤지만, 정부는 당일 오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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