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증권사, IB 발행어음 인가권 놓고 첨예한 갈등
입력 2017-11-10 13:12  | 수정 2017-11-10 13:56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중 하나인 '발행어음 인가'를 둘러 싼 금융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안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 오는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관련 인가안이 상정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IB 발행어음 발행은 은행의 역할과 중복되고 신생·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IB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발행어음 업무인가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증권사들은 "은행 중심의 자금공급으로는 혁신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발행어음사업 인가가 늦어질 경우 금융정책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3일 금융위원회의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를 앞두고, 은행권이 허가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위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만이 감독당국의 단기금융업 심사가 마무리돼 우선 상정됐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4개사는 감독당국으로부터 관련 심사를 받고 있다.
IB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으로 각 증권사의 자산규모의 2배까지 자기신용 자금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발행어음 인가 시 회사채 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은행권 금융상품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은행권은 신용공여 범위가 한정돼 있지 않아 당초 초대형IB 도입 취지와는 달리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은행연합회는 관계자는 "발행어음업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한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 이는 IB의 업무가 아니라 상업은행의 업무"라며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 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아 IB도입 취지에 맞지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IB에 대해 발행어음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허가하는 것과 같아 업권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초대형 IB 발행어음업무 인가는 국회와 혁신위 등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보완책 마련 이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모험자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 오히려 정부가 초대형IB 인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5개사가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 산술적으로 49조2000억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면서 "이 중 최소 24조6000억원이 벤처·혁신 기업 등 '모험 자본'에 자금이 흘러들어 갈 수 있어 (은행권에서 주장하는) IB의 근본취지에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투협은 또 "이 자금이 제조업이나 건설, 서비스업 등 중소기업에 투자되면 21만∼43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첨예한 갈등을 의식한 듯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투자 업계의 기업금융 확대에 대한 은행권 등의 저항이 있는데 이를 조화롭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산업간 균형을 지키면서도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언급했다.
■ <용어 설명>
▷발행어음 : 금융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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