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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10승 투수’ 박종훈 “내년에는 꼭 가을야구서 던진다”
입력 2017-11-10 06:55  | 수정 2017-11-10 08:57
SK 박종훈은 올해 두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SK마운드 한 축으로 떠올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7년 SK와이번스의 마무리는 아쉬웠다.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 후 첫 해였지만, 정규시즌을 5위로 마쳤다. 5위로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치렀지만, NC다이노스에 무기력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했기에 올 시즌의 아쉬움은 더했다. 하지만 분명 소득도 있었다. 바로 언더핸드스로우 투수인 박종훈(26)의 레벨업이었다. 박종훈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10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올해 29경기에서 151⅓이닝을 던져 12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10승도 10승이지만, 데뷔 이후 첫 규정이닝(144이닝)도 돌파했다. 12승은 에이스 메릴 켈리(29)의 16승에 이은 팀 내 최다승 2위 기록이다. 이제 명실상부한 SK마운드의 토종 에이스다.
하지만 박종훈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박종훈은 10승을 거뒀지만, 내용 면에서는 부족한 게 많다. 이제 겨우 정규이닝을 한 번 채웠을 뿐이다. 선발투수로서는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다”며 에이스라니,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리 팀의 에이스는 (김)광현이 형과 켈리다. 에이스라는 호칭은 내게 너무 과분하다”고 강조했다.
비시즌 기간 박종훈은 매일같이 출근하며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 또 시즌 동안 치료를 받지 못한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두 살배기 딸과의 시간에 박종훈은 올해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매년 비시즌 준비를 열심해 해왔던 박종훈이지만, 특히 올해가 가장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10승을 했다고 안주 할 수는 없다. 내용적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8년만에 거둔 10승 10승이 쉬운 줄만 알았다”
박종훈은 이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언더스로우 유형의 투수다. 릴리스 포인트가 국내 투수 중 가장 낮다. 이런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박종훈은 SK마운드의 기대주였다. 2014년 상무에서 전역 후, 2015시즌부터는 풀타임 1군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로 중용됐던 것 치고는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박종훈이 내세웠던 목표가 바로 규정이닝이었을 정도다.
이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과 관련 있다.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영점이 잡히지 않으면서 볼넷을 남발하고, 주자를 쌓아두고 어렵게 운영을 하다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는 게 박종훈의 패턴이다. 박종훈도 내게 제구력은 평생 해야 할 숙제다”라며 남들은 구속을 어떻게 올릴까 궁리하는 것처럼 내게는 제구력이 그렇다”고 인정했다.
물론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114개였던 4사구가 올해는 86개로 확 줄였다. 그래도 박종훈은 아쉬움이 많았다. 그는 규정이닝을 채웠지만, 겨우 넘겼다. 12승도 운이 따랐다. 타자들이 잘 쳐주고, 불펜투수들이 잘 막아줬다. 선발투수면 17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는데, 나는 5회까지만 던진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퀄리티스타트도 적었다. 이런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내년에는 이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 항상 머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이었다. 10승 투수는 분명 10승 투수였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로 10승 이상을 거둔 것은 분명 한 단계 레벨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박종훈도 솔직히 10승이 엄청 쉬운 줄 알았다. 프로에 가면 당연히 10승 투수가 되는 줄 알았다”며 두자릿수 이상을 거뒀다는 것은 분명 행복하다. 그러나 내년에도 또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결국 내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 가을야구 아쉬움 내년에는 더 좋은 위치에서 던질 것”
박종훈이 다른 아쉬움은 가을야구다. 이번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박종훈은 2차전 선발로 내정돼 있었다. 물론 전제가 깔려있다. 바로 SK가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을 이겨야 하는 것이다. 4위와 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결정전은 4위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기도 모두 4위팀 홈에서 열리고, 4위는 1승을 안고 치른다. 4위팀이 1차전을 승리하면 시리즈는 끝난다. 지난달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 선발은 믿음직한 에이스 켈리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켈리가 일찍 무너지면서 SK의 가을야구는 허무하게 끝났다. 박종훈도 가을야구 마운드에 서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박종훈은 그 이후 TV에서 야구가 나오면 꺼버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박종훈은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데뷔 이후 박종훈은 포스트시즌에서 던진 적이 없다. SK의 왕조시절이었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박종훈의 입단 후에도 3차례나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박종훈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렇게 2012시즌 이후 박종훈은 상무에 군입대해 2014년 말 전역했다. 그리고 전역 후에 기회가 찾아왔다. 2015시즌 SK는 역시 5위로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진출했다. 그 때는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러나 역시 당시도 박종훈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박종훈은 팀이 탈락하고,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야구를 하고 있더라. 정말 참을 수 없었다”며 정말 던지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일이라도 당장 마운드에 오르고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종훈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매 년 그랬던 것처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준비하기로 했다. 박종훈은 더 큰 무대에서 던지려고 아직 가을야구 무대에서 못 던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 무대에 맞는 투수로 실력을 갖추고 싶다. 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종훈
1991년 8월 13일생
186cm 82kg
군산중앙초-군산중-군산상고-SK(상무 복무)
2010년 SK 2라운드(전체 9순위)
2013년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최다승리투수상(상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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