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노섬유업체 회장이 자기 회사 주가 조작에 나선 사연은?
입력 2017-11-09 16:08 

# 증권업계 출신 김모씨(47)는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섬유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약 31억원을 사채권자와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사채권자와 저축은행이 이를 빌미로 담보로 내건 주식과 부동산을 팔 수 있도록 한 '반대매매특약'에 서명했다. 문제는 2013년부터 주가가 주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조짐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담보로 내건 주식을 잃을 처지에 놓이자, 김씨는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시세조정 전문꾼에게 5억원을 주며 주가를 올려달라고 의뢰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문성인)는 9일 브로커와 시세조종 전문가 세력을 고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 사기죄로 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김씨와 공범인 나노섬유업체 부회장 박모씨(57)와 금융회사 직원 이모씨(58)를 구속기소하고, 이들의 사주를 받고 주가를 주당 1000원대로 유지하도록 조작한 박모씨(48) 등 시세조종 전문가 4명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적정 주가가 1000원이라면 2000원대에 조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해당 나노섬유업체가가 우수한 기업이란 거짓된 정보를 시장에 줬다"면서 "이를 통해 김씨가 나노섬유업체 대주주이자 회장이 되면서 얻은 미실현이익만 24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해당 회사를 살펴보니 나노섬유뿐만 아니라 식당운영 등 문어발식의 확장을 했다"고 밝혔다. 즉, 나노섬유 분야에서 업력이 전혀 없는 증권사 출신들이 코스닥 상장사를 갖고 주가를 띄워 '한 탕'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나노섬유 업체는 사업이 좌초면서 올해 3월 21일 상장폐지됐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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