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복제약 수 제한" 제약바이오협회, 이번에는 리베이트 잡을까?
입력 2017-11-09 14:02 

일부 제약사들이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의사들에게 주는 리베이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복제약 제조 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복제약 진입을 줄이는 방법이 의약품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열린 이사장단 회의에서 공동·위탁 생물학적동등성시험으로 한꺼번에 복제약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의약품 품목 수를 3개로 줄이는 방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복제약이 같은 약효를 내는지 입증하는 시험이다.
공동 생동성시험은 여러 제약사가 한번의 생동성시험으로 다수의 복제약을 허가받는 것을, 위탁 생동성시험은 한 제약사가 허가받은 복제약을 여러 제약사가 가져다 파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제약바이오협회가 복제약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많은 수의 복제약이 출시되면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이 리베이트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이달 초 물질특허가 만료된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의 경우 같은 성분에서 염을 제거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피해 지난달 1일 10개 넘는 복제약이 한꺼번에 출시됐다. 현재 비리어드 복제약은 31개가 생동성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다국적제약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만든 비리어드는 지난해 1400억원이 넘는 처방액을 기록하며 의약품 판매액 1위에 오른 바 있다.
제약바이오협회가 복제약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은 건 나름의 강수다. 실제 지난달 이사장단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하자 일부 중견 제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개발에 나설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은 제약사 입장에서 복제약 시장의 진입장벽까지 높아지면 사업영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제약의 진입 장벽을 높이자는 제약바이오협회의 제안이 리베이트를 줄이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공동 생동성시험에 많은 제약사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며 생동성시험이 여러번 이뤄지면 복제약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복제약 수를 줄이는 방안이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복제약은 생동성시험을 통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걸 입증하고 허가받기 때문에 품질을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 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약이면 가격의 상한이 정해져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부담금 차이가 크지 않다. 결국 의사의 선택이 복제약 매출에 결정짓는 셈이다.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처방권을 약화하는 성분명처방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성분명처방은 의사는 여러 복제약을 아우르는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많은 복제약 중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는 약사나 환자가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품 선택권이 사라지면 의사에게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줄 이유가 없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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