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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view] 김혜수표 느와르 ‘미옥’, 생생한 女캐릭터는 어디에
입력 2017-11-09 06:02 
[MBN스타 김솔지 기자] 반쪽짜리 영화다. 배우 김혜수와 느와르의 만남이 십분 활용되지 못한 영화 ‘미옥이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낳았다. 김혜수표 액션물로 화려한 요리를 완성하기에는 여성 캐릭터의 한계가 그 발목을 잡았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 분)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분),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 분)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국내 느와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앞장섰다. 게다가 중심에는 김혜수가 있다. 영화 ‘미옥은 이 두 가지 이유로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구미를 당겼다. 여성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영화의 탄생을 기대케했다.



높아진 기대치만큼 김혜수의 액션을 돋보였고, 강렬했다. 그의 파격적인 외적 변신부터 시선을 끌었고, 특유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영화 속에서 아낌없이 발휘됐다.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보단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비주얼을 자랑했다.

김혜수가 분한 나현정은 은퇴를 눈앞에 둔 조직의 언더보스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인물이다. 서로 다른 욕망을 쫓는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욕망은 감춘 채 드러내지 않는다. 김혜수는 서늘함과 비밀스러운 욕망을 지닌 아이러니한 인물 나현정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이 캐릭터를 품을 수 있는 배우는 김혜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이안규 감독의 무한 신뢰가 여실히 드러났다.

여기에 오직 나현정을 위해 밑바닥부터 올라온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 역의 이선균과 야망에 사로잡힌 비리 검사 최대식 역의 이희준의 시너지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뚜렷한 욕망을 쫓는 임상훈과 최대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질주했고, 각자의 캐릭터가 제 옷을 입은 듯 보다 살아있는 인물을 완성시켰다.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장르에서 살아 숨쉬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그러나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끝에는 ‘모성애가 자리 잡았다.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누군가의 엄마로 남는 여성적인 장치를 고수했다. 특히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모성애로 틀어져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91분동안 인물들 간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뜨거운 욕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물러날 수 없는 싸움으로 드라마적 요소를 극대화시켜 치열한 몰입력을 더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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