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기금 코스닥 외면…`창업` 미래없다
입력 2017-11-06 17:54  | 수정 2017-11-06 20:16
◆ 레벨Up 한국증시 ⑤ ◆
정부가 코스닥시장과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정책 방향)'과 '행동(시장 움직임)'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전체 거래대금 629조원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이 87.4%에 달하는 반면 기관투자가 비중은 4.4%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 비중은 유가증권시장(20.1%)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연기금의 투자 규모는 더욱 초라하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에서 국내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7%다. 한국 증시 상승세에 올라탄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5.6%에서 7.2%로 대폭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상반기 말 현재 3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기업을 육성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자산 602조7000억원 가운데 국내 주식에 20.6%인 124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의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코스닥 비중은 2조6000억원에 그친다. 국내 주식투자의 2.1%, 전체 자산 가운데는 불과 0.4% 수준이다.
반면 코스피 종목에는 119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코스닥이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투자에서는 2% 수준의 '찬밥'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상장 이전 단계인 벤처기업 투자에는 더욱 인색하다. 국민연금은 국내 대체투자에 22조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프라스트럭처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다. 위탁운용사를 통한 사모펀드(PEF) 투자 1조3000억원 중 일부가 그나마 벤처기업으로 흘러갔을 수 있지만 규모는 수천억 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모험자본 투자에 발 벗고 나서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코스닥 기업에 연기금 등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 투자가 미미한 수준"이라며 "금융투자업이 단순 중개업에 머물러 있고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연기금의 투자 집행이 선순환의 시작점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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