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자 밥 줘야 해' 뺑소니에 부러진 다리로 귀가한 팔순 할머니
입력 2017-11-06 14:46  | 수정 2017-11-13 15:05

경찰 신속한 수사로 사고 15시간 만에 도주한 60대 운전자 검거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는 할머니를 차로 치고 달아난 6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문모(80·여)씨는 지난 3일 오전 5시 48분께 아들(55)과 전북 군산시 개정면 한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였습니다.

다리를 심하게 다친 문씨는 손에 꼭 쥐고 있던 보행보조기를 놓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은 이미 자욱하게 낀 안갯속으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문씨는 '곧 손자가 학교에 가는데 아침을 먹여야 한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300m를 걸어 귀가했습니다.

그는 밥을 먹은 손자(15)가 학교에 가고 난 뒤에야 '다리가 너무 아프다. 도저히 못 참겠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문씨는 발가락과 발목 등이 부러졌다는 진단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경찰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수사에 나섰으나 사고 시각이 훌쩍 지나 현장에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폐쇄회로(CC)TV도 없어 사라진 용의차량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경찰은 인근 마을을 일일이 돌며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사고 현장과 인접한 도로의 CCTV 분석도 함께했습니다.

그 결과 문씨가 새벽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시각에 사고 현장을 지난 트럭을 용의차량으로 압축하는데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사고 발생 15시간 만에 트럭 운전자 최모(62)씨를 붙잡아 범죄 사실을 캐물었습니다.

최씨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으나 경찰이 차량 파손 흔적 등을 증거로 제시하자 문씨를 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그는 "낚시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안개가 많이 끼어서 사람을 친 줄은 몰랐다. 나중에 차가 부서진 사실을 알고 카센터에서 수리했다"고 말했습니다.

군산경찰서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늦은 데다 몸이 불편한 아들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건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마을을 돌며 주민 수십 명을 만나 수사한 결과 뺑소니 운전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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