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한현정의 직구리뷰] `미옥`, 역시 김혜수...그러나 ‘모성’ 코드는 옥에 티
입력 2017-11-06 13:59  | 수정 2017-11-06 16:4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애잔한 눈빛과 강렬한 카리스마, 타고난 아름다음을 지닌 여자 ‘미옥을. 얼마나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지, 무엇 때문에 저토록 아름답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눈을 뗄 수 없이 매료될 뿐이다. ‘미옥을 연기하는 김혜수에.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김혜수가 이안규 감독의 신작 ‘미옥을 통해 돌아왔다. 서늘한 가을의 계절감과 쓸쓸한 인물들의 감정이 잘 어우러진,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작품.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와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은퇴를 준비한다. 해결사 임상훈(이선균)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지만 그녀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법조계 라이징 스타 최대식(이희준) 검사는 이 조직을 무너트리기 위해 파고들다, 나현정으로부터 결정적인 약점을 보이고야 만다. 궁지에 몰리게 된 최대식은 고민 끝에 임상훈을 이용해 악에 찬 복수를 시작한다.
김혜수가 연기한 ‘미옥은 범죄 조직의 이인자로 매우 치밀하게 일하고 인정도 받지만, 적장 욕망을 감춘 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다. 탁월한 센스에 강렬하고 차가운 인상을 지녔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삶을 꿈꾸며 모든 걸 끝내기를 소망하는 여자다.
김혜수는 이런 ‘미옥의 아이러니 한 점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낸다. 잔인하고도 묵직한 액션부터 임상훈과의 복잡 미묘한 감정 라인,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드러나는 캐릭터의 감춰진 사연까지.
상당히 복합적인 캐릭터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실어 ‘뜨거운 욕망의 차가운 끝을 보여준다. 이기는 사람은 모두 다 갖는 정글과 같은 세계에서 무엇을 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여자로 완벽하게 피어난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김혜수여서 가능한 깊은 내공의 향기로 그 어떤 느와르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한다.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지만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거친 상남자들의 느와르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장르를 보여준다.
그동안 참여해온 어떤 작품보다 더 거칠고 뜨거운 모습으로 야수 본능을 드러낸 이선균과 서로 다른 욕망을 쫓는 이희준 역시 탁월한 개성과 실감나는 현실 연기로 힘을 보탠다. 이보다 완벽한 조력자가 없을 만큼 적절한 수위 조절로 ‘미옥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켜 준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과 신선하고도 스타일리시한 완성도에 비해 매번 등장하는 ‘모성애의 코드는 앞의 많은 장점들을 다소 반감시킨다. 긴박함의 연속 속에서 클라이막스에 치닫는 순간 다소 힘이 빠지는 건 결국 ‘모성애로 모든 걸 감싸 안으려는 앞선 도전 정신과는 거리감이 있는 ‘안정적인 마무리에 대한 강박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편, ‘미옥(감독 이안규)은 매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혁신적인 촬영 기법 및 상상력을 자극하는 줄거리, 영상과 음향 등을 사용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시상하는 국제 영화제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앞서 세계 3대 판타지 장르 영화제 중 하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아 아시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11월 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91분.

kiki202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