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업·한일` 갈등 뒤숭숭…우리銀 임추위 곧 구성
입력 2017-11-03 16:14  | 수정 2017-11-03 20:12
이광구 행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다음날인 3일 우리은행은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로비에는 '축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국민연금 1000조 시대를 우리은행이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그 아래로 오가는 직원들 얼굴은 어두웠다.
지하 1층 흡연실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 물던 한 중견 직원은 "이른바 '상업은행-한일은행' 간 계파 다툼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던 것"이라며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뒤에서는 출신에 따라 다시 뭉치기 시작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위비톡 등 디지털뱅크 혁신으로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을 올렸다"며 "최근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돼 분위기가 좋았는데 2주 만에 이렇게 꼬꾸라지니 착잡하다"고 말을 줄였다.
젊은 직원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갈등을 조장하는 '선배'들을 원망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이미 합병이 이루어진 뒤 입사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계파 다툼에 관심도 없다"며 "자꾸 이런 사태가 벌어지니 우리까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행장이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지 이틀 만에 퇴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장의 사퇴 배경을 둘러싼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우리은행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연내 새 행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행장이 사퇴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새 행장 선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라며 "올해 안에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행장 선임을 마치기 위해 이르면 오는 일요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및 주주명부 폐쇄 기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임추위를 구성한 후 행장 선정까지 22일 정도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께에는 임추위 구성을 마쳐야 12월에 주주총회 의결까지 마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행장과 상임감사, 5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인과 예금보험공사에서 나온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이 행장의 사퇴로 실질적인 이사회 총원은 7명인 셈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임추위 구성 방식이다. 지난 1월 임추위 구성 때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행장 선출에서 손을 떼고, 예금보험공사를 대표하는 이사는 임추위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 사외이사 5명으로만 임추위가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보가 임추위에 포함돼 임추위 구성원이 6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
새 은행장 후보가 내부 인사로 구성될지, 외부인사를 참여시킬지도 관심 거리다. 현재로선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계파 다툼이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지적되면서 계파 다툼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사가 새로운 행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원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해왔지만 내부 다툼이 이렇게 비화된 상황에서 내부 사람을 다시 뽑는 것이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여서 논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외부 인사를 덜컥 받아들였다가는 다시 관치 금융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주장도 많다.
금융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입장도 중요하다. 금융위는 이번 임추위 구성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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