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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태훈 "박보검 변하지 않아…나도 계속 멋진 사람이면 좋겠다"
입력 2017-11-03 07:02 
김태훈은 "소설가와 배우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공 | 올댓시네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누구한테나 광기는 다 있지 않을까요?"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의 소재와 내용, 결말은 배우 김태훈(42)에게 충격적인 감정 상태를 전하진 않았다. 그는 영화 '아저씨' 때 사람들이 잔인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도, 수긍하지 못했다.
아마도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인 지훈에 여전히 몰입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리정원'은 자신을 유리정원 안에 고립시킨 과학도 재연(문근영 분)과 재연을 관찰한 소설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지훈(김태훈)이 한 미제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김태훈은 "시나리오에 담긴 재연과 지훈의 관계 안에서 그의 상황과 변화만 생각했다"며 "내가 따라야 하는 감정과 상황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하면 지훈의 감정과 상황이 효과적으로 전달될까 고민했죠.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집에서도 쫓겨난 상황, 자포자기한 상태로 자신을 놓아버린 채 공사장에서 일하면서도 소설을 끄적거려요. 그러다 감당하지 못할 일을 알게 되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인 거죠. 자신의 잘못을 알고 돌아왔을 때 자책감과 미안한 마음 등도 표현해야 했어요."
지훈이 재연에게 접근하는 지점이 순수하지 않기에 '나쁜놈'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훈은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계산된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베스트셀러에 대한 욕심과 자기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욕구가 본능적으로 나온 게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미안하다는 감정이 심하게 느껴졌기에 후반부 재연을 찾아가 미안하다는 감정을 강하게 표현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눌러서 연기하길 원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씩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캐릭터는 그런데 현실의 저는 조금 달랐죠."
김태훈은 또 "재연을 향한 사랑의 감정도 고민해봤다. 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그것이었다"며 "현장에서 멜로 영화 아니냐고 했는데 감독은 단호하더라"고 웃었다. 문근영과의 연기에 대해 "사랑은 아니었지만"이라고 웃은 김태훈은 동료로서 호흡이 무척 좋았단다. '문근영=국민여동생'이라는 이미지는 없었다. "어리게만 보이지는 않았어요. 현장에서 자유롭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겸손했죠. 성숙함도 있고요."
김태훈은 "이제서야 겨우 배우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제공 | 올댓시네마
베스트셀러를 꿈꾸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 소설가 지훈은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따내지 못하는 배우와 닮은 것 같다. 김태훈도 동의했다.
"배우는 몸과 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잖아요. 전달 매체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아닌데 그 작품 속 인물을 나를 통해 거쳐서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하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분이 어려워진 것 같아요.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고민과도 비슷한 거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김태훈. 인기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다. 혹시 유명한 배우를 부러워하고, 더 욕심내본 적은 없을까.
"예전에 연극하고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이 작품에서 나는 왜 이렇게까지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라는 고민은 해봤는데 욕심은 없었어요. 예전에는 내 걸로 표현해 자기만족을 한 게 컸다면 이제는 좀 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생겼지만요."
김태훈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예전에는 '내가 배우다'라는 말을 스스로 하기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배우라고 말하며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몇 년 후에도 이제 시작이에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진짜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계속 멋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내가 중심이 아니라 옆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살가운 편은 아닌데 마음 맞는 사람들과는 서로 믿어주고 응원해요. (박)보검이와 '명량'에서 같이 붙어 다녔는데 스스럼없이 지냈어요. 지금도 그 친구도, 저도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과한 것도, 그렇다고 소원하지도 않고요. 그런 마음이 서로 전달되는 게 좋아요. (최)민식 형, (설)경구 형, (곽)도원 형, (유)해진 형, 이원근 등등도 그런데 계속 열거하기 너무 많네요. 하하하."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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