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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보다 가치 있는 경험, 존재만으로 빛난 KIA 기대주들
입력 2017-11-03 06:01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원준-박진태-임기준-홍건희) KAI의 영건들이 올 시즌 큰 희망을 남겼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11번째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 양현종과 이범호, 버나디나까지. 이들 모두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스타만 빛난 것은 아니다. 비록 한국시리즈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통합우승 밀알이 된 기대주들은 시즌 내내 존재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KIA는 강력한 우승후보까지는 아니었다. 두산, NC 등 기존강자들이 버티고 있어서이지만 무엇보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많았고 또 선수층에 있어 우승까지 장기레이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안했다. 모두가 양현종과 같이, 신예들이 최형우-이범호처럼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한국시리즈 무대도 그랬다. 주전급 스타플레이어들이 우승을 만들어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주목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정규시즌,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KIA의 탄탄함이 빛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진태(22)는 숨겨진 공신 중 한 명이다. 한국시리즈서도 나름 존재감을 빛냈는데 경기에 나서기 못해서라는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박진태는 의도와 다르게 1,2,3차전 당시 화제의 중심이었는데 KIA가 미출장 선수로 예상 밖 그를 연달아 선택했기 때문.
이는 시기와 맞물려 양 팀 간의 심리전으로 비춰졌고 양현종, 팻딘 등 선발투수의 불펜기용 가능성으로까지 점쳐졌다. 이들이 대기하고 박진태가 출전하지 않는 그런 장면이다.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2,3차전 박진태 관련 혹시 있을 ‘빅피쳐 가능성 질문에 자주 진땀을 뺐다. 박진태는 결국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다만 그는 프로 첫 시즌임에도 정규시즌 마당쇠 같은 역할로 팀에 보탬이 됐다. 김 감독도 시즌 동안 쉽지 않은 역할이 주어진 박진태에 대한 고마움을 몇 차례 표현하기도 했다.
박진태는 한국시리즈 기간 MK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자리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집중해서 보고 있다. 특히, 2차전에서 (양)현종이형의 투구는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정말 순간마다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역시 프로로서 설레는 무대를 함께했던 야수 신예 최원준(21)도 끝내 한국시리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 등으로 출전가능성이 없던 것은 아니나 매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며 결국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만 최원준 역시 보고 함께 경험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었을 전망. 정규시즌 막바지 팀이 1위를 달릴 때 최원준은 열심히 배우고 공부한 시즌”라고 스스로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팀이 자랑스럽다”고 영광스러워했다.

좌완 셋업맨 임기준(26)도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사실 김 감독은 5차전에 앞서 임기준의 기용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상황이 급박해지자 더 확실한 심동섭 좌완카드, 및 경험이 많은 고효준 카드를 내세웠다.
우완 선발요원 홍건희(25)도 나설 기회가 없었다. 롱맨 역할이 가능했는데 이는 반대로 KIA가 지거나 크게 밀리는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의미도 가능했다. 물론 양현종이 5차전 구원 등판했기에 상황에 따라 KIA가 패했다면 6차전 선발카드로 유력했을 전망. 선발로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팀이 우승을 차지하며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진태와 최원준, 임기준과 홍건희. 모두 비록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엔트리에 발탁하며 정규시즌 고생한 노고를 잊지 않았다. 당장 올 시즌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자원들이기에 보고 느끼라는 의미도 있었을 터. 이들의 한국시리즈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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