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광구 사퇴…금융계 수장들 긴장
입력 2017-11-02 17:55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린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전격 사퇴했다.
이 행장은 2일 우리은행이 '채용 비리'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연 긴급 이사회에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은행 VIP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행장은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도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먼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에 대해 "새 은행장이 직원들의 염원을 모아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로 전환하고 우리은행이 국가 경제 발전과 사회공헌의 책임을 다하는 은행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최근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의 신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검찰 조사가 진행될 경우 성실히 임한다는 생각에서 사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외부 법무법인과 은행 내 인사부·검사실 직원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이 행장은 내부 관련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중간조사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며 쇄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큰 압박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2014년 12월 취임한 데 이어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해 2년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였다.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 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사내이사는 오정식 상근감사위원을 제외하면 이 행장이 유일하다. 상법 제386조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더라도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권리와 의무가 있어 당분간 이 행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행장으로서 임무를 계속한다.
이 행장 사퇴로 우리은행이 이전처럼 다시 외부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한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등 5곳의 과점 주주들이 새 행장 선임 등에서 정권 눈치를 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채용 비리 사건 수사가 확대되면서 금융사 수장들이 줄줄이 사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검찰은 최근 채용 비리에 휘말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 강도를 더하고 있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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