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DGB, 하이투자證 인수후 운용·선물 떼내 판다
입력 2017-11-02 17:31  | 수정 2017-11-02 19:50
◆ 레이더M / 종합금융그룹 노리는 DGB ◆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자회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이투자증권은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하이투자증권 대주주는 현대미포조선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오는 8일 이사회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DG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장부가 45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92.42%)과 현대선물(65.22%)도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DG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그룹이 막판까지 협상을 벌인 조건은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처리 문제였다. DGB금융지주는 이미 자산운용사가 있기 때문에 하이자산운용까지 인수할 이유가 크지 않다. 그래서 거래 당사자들이 합의를 본 사항이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매각 카드다.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딜의 포인트 중 하나는 자회사 매각 가능 조건"이라며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에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팔 수도 있다"고 전했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에 집중된 지주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금융투자업에 진출하고자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했다. DGB는 은행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았다. 2015년 DGB금융은 올해까지 비은행업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SK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금융투자업 진출 의지를 보여왔다.
IB업계 관계자는 "DGB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세웠는데,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이 같은 계획의 일부분"이라며 "향후 자본시장에서 DGB 등 지방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제 해결'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은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에서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소유하고 있었다.
또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도 처분해야 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7월 EY한영 회계법인을 통해 시장에 티저레터(투자제안서)를 발송하며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나섰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미포조선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이익을 내고 있는데, 3분기에도 1700억원 상당의 차익을 남겼다"며 "하이투자증권과 더불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매각해야 하는 현대중공업 지분까지 매각을 마무리하면 재무구조는 더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 지분 매각 차익도 확보하면서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치 역시 6개월 전 10만8500원에서 현재 13만3889원까지 상향됐다.
금융계열사 지배금지 규제를 사실상 해결하게 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제 순환출자 구조와 증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제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순환출자의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를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대로보틱스 자금력을 감안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9년 4월 말까지 해결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제한 규정이다.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상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방안 모두 현실화하긴 힘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합병 혹은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승환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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