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희망이 돼주세요"…폐관위기에 몰린 상하이 교민도서관의 호소
입력 2017-11-02 16:20  | 수정 2017-11-02 16:28
신희정 관장 [사진제공 = 신희정 관장]

중국 상하이 교민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 '희망도서관'이 기업체의 후원이 종료되면서 당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도서관을 지켜온 자원봉사자들과 한인 교포들이 애정과 추억이 담긴 도서관을 잃지 않으려 '희망 20'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상하이 한인타운 한구석에서 3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개관한 상하이 희망도서관은 가족회원 수 4200명, 월평균 대여 4000권을 돌파하며 상하이 교민들에게 든든한 벗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객이 증가하고 서적도 함께 늘어나면서 지난 2015년 한인타운 중심가인 홍췐루(虹泉路)로 이전했다. 2013년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신희정 관장(43)은 올해 9월 5대 도서관장으로 추대됐다. 신 관장으로부터 도서관이 처한 상황과 희망20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백일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제공 = 희망도서관]
Q) 8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도서관은 교민들에게 특별한 존재일 텐데.
-희망도서관은 100% 교민들에 의해 운영된다. 관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전반적인 운영은 책을 기증하고 후원하는 교민들이 하는 것이다. 이미 함께 가꾸는 '우리 모두의 도서관'이 됐다.
교민들은 방학기간에는 평균 2000권, 학기 중에는 평균 1000권의 도서를 기증한다. 도서관도 교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매년 백일장을 진행하고 가장 많은 책을 읽은 교민을 뽑아 매달 다독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또 꽃꽂이, 리본공예 등 문화강좌도 개설해 진행 중이다. 해당 강좌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교민이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 도서관이 계속 유지 된다면 교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Q) 베이징 현대차의 정기 후원이 종료되며 도서관을 유지하기 위해 '희망20'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하던데.
-'희망20' 프로젝트는 1년 동안 매달 1000 위안(약 17만원)을 후원해줄 20명의 정기 후원자를 찾는 프로젝트다. 현재 도서관의 한 달 임대료와 관리비가 2만 위안 정도(약 340만원)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후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올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후원자 찾기에 돌입했고 현재 2곳의 정기후원과 몇몇 교민의 비정기 후원을 받았다. 더 많은 후원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후원자를 찾지 못해 독자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진다면 영사관 혹은 다른 기관으로 편입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유일한 한인 도서관이 이대로 없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 현대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다. 처음 후원을 할 당시 지속적 후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지금까지 3년 넘게 도서관 운영의 전반적인 비용을 후원해줬다. 현대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좋은 위치로 확장 이전 할 수 있었다.
도서관 내부 [사진제공 = 희망도서관]
Q) 국내에서도 희망도서관을 도울 방법이 있는가?
- 현재 신간 도서는 모두 한국에서 구매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 귀국한 교민 한 분이 서적을 구매해 국제우편으로 부치는 일을 맡아서 해주고 있다. 혹은 신간구매용으로 후원받은 위안화를 환전해 도서관에서 직접 해외배송을 시키기도 한다.
물론 한국에서 신간 구매를 위한 비용을 후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간절한 도움은 '희망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갖는것'이다. 중국은 외국인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않고 있어 도서관이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은 후원자들이 기부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영사관 등 공식 단체 산하로 편입돼 후원받는 방법을 강구하려 노력 중이다.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관심을 두는 것 또한 후원이다.
희망도서관 5대 운영진 [사진제공 = 신희정관장]
Q) 만 4년넘게 도서관을 지키며 느낀 보람도 상당할 것 같은데?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찾아와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 도서관에 봉사하는 보람을 느낀다. 상하이에서 교민 아이들을 위해 아동용 책을 제공하는 곳은 희망도서관이 유일하다. 또 한인타운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이용하기 너무 편하다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도서관이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회원을 만날 땐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희망도서관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상하이 희망도서관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서관의 희망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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