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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주혁 추모②]강인했던 배우, 따뜻했던 구탱이형
입력 2017-11-02 06: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꿈이요? 그냥…연기자니까 좋은 배우가 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냥 나중에 훗날 사람들에게 ‘저놈 참 잘 살았다. 인생 참 잘 살았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故김주혁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10월 30일.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매서운 바람이 불어 왔다. 여느 일상처럼 정신없이 현장 취재를 마치고 이동하는 길, 날씨 탓인지 유난히 춥고 또 추웠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지하철역에 다 달았을 때 난데없이 휴대폰 메시지가 폭풍처럼 쏟아졌다. 온통 ‘진짜야?라는 말들이 포함돼있었다. 그리곤 ‘배우 김주혁, 교통사고로 사망이라는 속보를 접했을 때, 고백컨대 ‘오보겠지, 아니 오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고(故)김주혁은 채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진정 바람처럼 우리의 곁을 떠났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연인, 친구이자 ‘별이었던 그는, 예고도 없이 그렇게 떠나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교통사고 후 긴급 구조돼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심근경색,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추후 국과수와 경찰의 자세한 조사 이후에 자연스럽게 밝혀질 전망이다. 그것보단 진심을 다해 고인을 보내는 것이 먼저다.
1972년생인 김주혁은 배우 고(故) 김무생의 아들로, 1993년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영화 ‘싱글즈, ‘홍반장, ‘광식이 동생 광태, ‘방자전, ‘아내가 결혼했다, ‘나의 절친 악당들, ‘공조와 드라마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 ‘구암허준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유독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어떤 역할을 맡아도 튀는 곳 없이 캐릭터에 녹아들었던 그였지만 나름대로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단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때 배우로서 힘들었던 시가을 털어놓기도 한 그는 당시 많은 걸 내려놓은 채 TV 예능인 ‘1박2일에 출연하며 차츰 평온함을 찾아갔다.
배우로서만 아니라 인간 김주혁으로서도 큰 사랑을 받은 그는, 그렇게 큰 외도(예능 출연)를 한 뒤 다시금 본업으로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너무나 소탈하고 따뜻했던 인간성을 들킨(?)탓에 자칫 연기자로서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을지 우려했지만 보란 듯이 짜릿한 반전을 선사했다.
영화 ‘공조에서 악랄하면서 거친 상남자로 분한 그는 주연 배우였던 현빈‧유해진을 능가하는 존재감으로 연기 호평을 독식했다. 이는 곧 수상의 영예로도 이어졌다. 지난 27일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공조로 남녀조연상에 오르며 그 진가를 인정받은 것.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 김백진을 연기하면서 전혀 다른 결을 선보이며 역시나 변신에 다시 한 번 성공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갈증,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그는 그렇게 ‘배우 2세가 아닌 ‘배우 김주혁으로 아버지의 그늘 없이, 아니 아버지를 뛰어 넘으며 탄탄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뿐만 아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통한다. 대선배들에게는 아들 같은 놈”이었고,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 닮고 싶은 선배”였단다. 연인으로서도 항상 응원해주고 조언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고마운 사람”이었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참 솔직한 배우, 꾸밈없는 사람”으로 불리 운다. 그렇게 그는 훌륭한 배우이자 좋은 사람, 멋진 남자이자 함께 하고픈 동반자였다.
그의 육체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다. 여전히 이별하고 있는 중이다. 강인했던 배우, 따뜻했던 사람, 그래서 ‘인생 참 잘 살았던 김주혁을 말이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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