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117조 대박` 잔치…국내연기금도 주식투자 늘려야
입력 2017-11-01 17:46  | 수정 2017-11-01 20:18
코스피는 1일 전일 대비 33.04포인트(1.31%) 오른 2556.47로 마감하면서 4거래일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한주형 기자]
◆ 레벨Up 한국증시 ③ ◆
올해 들어 코스피가 25%나 상승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8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열 달 만에 100조원 넘는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각각 6조원과 5조원 이상 팔아치우면서 차익 실현에만 급급했다.
10년 만에 찾아온 대세 상승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비해 수익을 충분히 챙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 차원에서 내년부터 배당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기업들이 어렵게 벌어들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조15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피에서 9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7월 이후 북한 핵·미사일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3분기에는 4조원을 팔아치우며 일부 차익을 실현했지만, 10월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국내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액은 8조451억원이다.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각각 6조6603억원과 5조3920억원을 순매도했다. 상반기 8조원 넘게 팔아치운 기관은 하반기 이후에는 1조2000억원가량 순매수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개인은 상반기 4조원 순매도에 이어 하반기에도 1조원 넘는 차익 실현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 강세에 베팅한 덕에 외국인이 올해 벌어들인 투자수익은 이미 1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의 외국인 보유지분 평가액을 집계한 결과, 10월 말 기준 평가액이 449조원으로 지난해 말 324조원 대비 125조원 증가했다. 외국인의 올해 코스피 신규 투자액이 8조원임을 감안하면 약 117조원의 평가차익을 남긴 셈이다. 물론 종목별로 언제 사고팔았느냐에 따라 실제 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
종목별로 따져보면 전년 말 대비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액(10월 말 기준)이 62조3983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11조8207억원) KB금융(5조5186억원) LG화학(4조4723억원) 넷마블게임즈(4조388억원) 하나금융지주(4조235억원) 에쓰오일(3조9990억원) POSCO(3조9432억원) 삼성SDI(3조3718억원) 순으로 외국인 지분평가액이 많이 늘었다.
외국인들이 10월 이후 국내 주식 투자에 다시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국내외 금융·경제·정치 상황이 주식시장 상승에 우호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기업 연간 순이익은 약 140조~150조원으로 지난해(102조원) 대비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북한 리스크는 점차 잠잠해지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도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는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 호조와 완만한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 개선 규모가 굉장히 크고 이익 확장 시기가 길어보이는 종목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비싸보이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사야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그런 종목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등 주주환원정책이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의 지분 거의 절반을 외국인이 쥐고 있고 국내 투자자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부 유출에 대한 경고음까지 울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종목의 외국인 평균 지분율은 41.0%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3.5%로 절반을 넘는다. 네이버(59.8%) 포스코(55.7%) KB금융(68.8%) 신한지주(69.5%) KT&G(53.4%) 에쓰오일(77.9%) 하나금융지주(73.6%) 등 지분율도 절반 이상이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배당을 많이 주는 게 특징이다. 내년부터 향후 3년간 매년 9조6000억원씩 배당하기로 결정한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지분율대로라면 외국인 투자자가 매년 5조원 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된다. 자사주 소각분을 감안하면 외국인 지분율은 60%로 늘어나기 때문에 약 6조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배당 확대가 외국인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알짜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여 과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기업 실적이 연평균 4.4% 증가하는 동안 배당은 연평균 9.5% 증가했다"면서 "배당 성장세가 기업 실적 개선세를 뛰어넘기 시작했음에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국내 개인 및 기관투자가의 증시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3월 도입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 확대와 150조원 규모로 늘어난 퇴직연금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도입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ISA는 연간 2000만원씩 주식·펀드·예금 등에 투자해 5년간 발생한 투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서민형 기준 비과세 한도가 현재 250만원에서 내년에는 500만원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ISA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ISA를 통해 국민소득이 제대로 증대되려면 비과세 한도를 대폭 인상하거나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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