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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조덕제 성추행 사건` 장훈 감독 "메이킹영상 악의적 편집, 진실과 달라"
입력 2017-11-01 10:01  | 수정 2017-11-01 20:02
장훈 감독이 일명 '조덕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악의적인 편집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진 | 진현철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조덕제가 실명을 밝히고 언론과 인터뷰한 뒤 조덕제 성추행 사건이 된 여배우 A씨와의 소송과 관련해 이제 두 사람이 출연했던 영화의 감독에게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한 매체가 감독이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중략) 미친놈처럼"이라며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요"라고 주문하는 내용이 담긴 2분짜리 메이킹 영상을 공개한 이후부터다. 또 조덕제가 감독이 디렉션을 줬으면서 직접 나서지 않고 숨어있어 섭섭하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 것도 감독을 향한 비판의 계기가 됐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장훈 감독과 만났다.
◆20분짜리 메이킹 영상, 2분 분량으로 "악의적 편집"
장 감독은 공개된 2분짜리 동영상에 대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나는 숨을 이유도 없고,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 중재도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기된 의문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장 감독은 "진실을 이야기해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럽다"면서도 "재판 중인 사건이고 주장이 엇갈려서 나서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나는 한쪽에서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에 대해 바로 잡으려고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현재 일반에 공개된 메이킹 영상에 대해 "원본은 20분짜리"라고 주장했다. "악의적으로 짜깁기된 2분짜리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받았다. 마치 에로영화 감독이 연기지시를 하는 것으로 나를 비하시켰다"고 한 그는 영상 속 대화에서 대중이 비난하는 "한 따까리 해야죠"나 "바지서 바지서부터 몸을 감출 게 아니에요"라는 등의 말에 대해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해명했다.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말이다. 내 발음이 어눌하고 빨리 말을 할 때는 뭉개지기도 한다. 하는 데까지 해야죠다. 현장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또 조덕제가 연기를 하면 여배우가 그걸 받아서 연기를 하기에 받아서 받아서 몸을 감출 게 아니에요라고 한 것이다. 이게 사실이 아니면 조덕제 대신 내가 감옥에 들어가야 마땅하고, 그렇게 할 용의도 있다."
실제 만난 장 감독은 말투에서 어눌한 면이 없지 않았다. 격양된 상태가 이어지면 몇몇 단어들은 발음도 불명확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반문해야 했다. 또 영상을 다시 몇 차례 돌려보면 "한 따까리" 또는 "하는 데까지"라고 들리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이보다 긴 8분짜리 영상이 검찰에 제출돼 재판부의 판단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영상 역시 "전체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게 감독의 주장이다. 감독은 촬영기사가 내놓은 영상 속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철저하게 조덕제 편에 선 촬영기사 C씨가 원본의 존재를 내놓지 않고 있고, 8분짜리가 검찰에 제출돼 재판이 이어졌고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 교묘하게 편집해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사건의 본질을 흐트려놓고 있다"며 "촬영기사가 영상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진술서에 절대로 편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는데, 리허설 영상이 6분37초부터 10초쯤 나오는데 바로 끊긴다. 그 뒤에 있어야 할 전체 리허설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3번의 전체 리허설 장면에서 내가 해당 배우들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 영상에 없다. 영상이 뒤죽박죽 섞여 나온다. 메이킹 영상의 기본이 아니다. 10분 이상의 메이킹 영상이 더 있어야 내 기억과 일치한다. 조덕제와 여배우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연기장면, 인물의 동선, 구체적인 바스트 카메라 사이즈 언급, 멍의 위치, 하반신은 시늉만 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있는 전체의 리허설 영상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24일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공동대책위원회가 `조덕제 성추행 사건`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 강영국 기자

◆"옷 찢으라" 디렉션 인정, 조덕제의 하반신 추행은 "못 봐서 모른다"
감독은 조덕제에게 "옷(상의)을 찢으라"는 디렉션을 내린 건 인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전에 약속된 동선과 카메라 사이즈의 범위 안에서 과감하고 처절하게 연기하라"는 지시였다. 문제의 신 촬영 당시에 감독은 다른 곳에서 모니터로만 확인했고, 별문제가 없었다. 반신(바스트샷)이었기에 그랬다. 또 "영화 속 말 그대로 미친,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대로 나왔기에 칭찬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상반신 위주로 감정의 기반을 둔 처절한 메소드 연기를 하라는 의미였지, 성적인 행위를 부각시키는 에로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자 주장이다.
여배우가 주장하는 하반신 추행 쪽은 감독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검찰에서도 "조덕제가 하반신을 만졌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일관적으로 답변했다. 실제 보지 못 했으니 알지 못하는 일이기도 했다.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연기를 하다가 의욕이 앞서 과한 행동이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 조덕제를 두둔하기도 했다. "아마 너무 몰입해서 찢은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검찰에 가서 했다. "감독이 과감하게 하라고 지시를 했기에 상체 부분에 대해서는 조덕제 말이 맞다는 얘기를 하겠다"고까지 했다.
"조덕제, 유리한 프레임으로 여론 호도"
하지만 조덕제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자신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게 참을 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감독은 "도와달라고 호소하던 눈물의 얼굴 뒤로 나를 짓밟고 모함해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며 "어쩔 수 없이 한 마디 한 것을 도둑 녹취하고, 반강압적인 진술서 등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대화까지도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나를 능력 부족, 역량 부족의 범죄를 꾸미는 감독으로 추락시켰다"고 한탄했다.
감독은 일부 스태프들이 조덕제에게 써준 진술서 뒤집기 종용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민감한 사항에 감독이 지시한다고 위증이라는 법의 테두리까지도 무시하고 자신들의 진술을 번복하고 거짓 진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조덕제가 밤늦은 시간 총괄 PD의 아파트까지 쫓아와 난동을 부리고 생떼를 썼고, 조덕제가 만들어 놓은 진술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강제적으로 사인을 해줬던 몇몇 주요 스태프들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신의 양심과 정의감을 걸고 새로운 진술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은 조덕제 측이 "감독이 여배우 편을 들어 2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내게 1심처럼 정상적인 절차로 단 한 번도 연락이 온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여배우 쪽에서 증인 신청을 했는데 형평성을 고려해 거절했다. 그렇다면 여배우가 오히려 화를 내야 했을 사항"이라고 말했다.
"조덕제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해한 감독은 조덕제의 영화 하차 건과 관련해서는 "여배우와 문제가 있었기에 1주일 정도 시간을 두자고 판단했다. 둘이 붙는 신을 뒤로 미뤘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있었기에 해결되기 쉽진 않았다"며 "나중에 들었는데 조덕제가 하차 의사가 있는 진심 어린 사과의 문자를 여배우에게 보냈다고 하더라. 이후에 조덕제는 저항을 하긴 했지만, 중론을 모아 하차하게 됐다. 감독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누구를 자를 권한은 없다. 나도 재기하기 위해 노력한 영화라 스태프, 배우들 눈치를 보고 찍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 다른 디렉션 줬다? 상의 찢는 건 얘기했다
문제의 13신 상황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의처증이 심하고 정신편력이 있는 남자가 술 취해 새벽에 들어와 외출을 준비하는 화장품 냄새가 심한 아내를 처절하게 겁탈하는 신이다. 조덕제와 여배우, 촬영 스태프 3명이 함께 1~2평 남짓한 현관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감독은 모니터로만 상체 부분을 보고 있었기에 하체 부분의 일은 알 수 없었고, 다른 스태프들도 모두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 이날 감독은 여전히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따로 두 사람을 불러 나눈 모든 이야기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 신 촬영을 끝내고 화장실 가려고 안방을 갔다가 분장팀과 같이 있던 여배우를 마주쳤는데 그가 왈칵 터졌다. 무슨 일이에요? 물었고, 옷 찢어진 것과 관련해 그러나 보다 해서 그거 내가 지시한 거잖아요라고 했는데 여배우가 그게 아니고요라며 관련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 다음에 조덕제 배우에게 이리 와보세요 하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얘기를 했으나 조덕제가 나는 안 했는데 무슨 사과냐고 했다. 안 했다고 하는 사람에게 내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다만 이후에 두 사람과 여러 차례 통화도 하고, 서로 만나게 중재도 했는데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장훈 감독은 "읏을 찢으라는 디렉션을 내렸지만 메소드 연기를 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사진 | 진현철 기자
앞서 여배우는 상체와 하체 부분에 대해 조덕제를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하체 말고 상체 부분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건 감독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 아닐까. 배우들에게 다른 디렉션을 준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으니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감독은 "상의를 찢는다는 건 3번의 리허설을 거치며 다 얘기를 했다"며 "촬영 때 여배우가 상의와 브래지어 사이에 민소매 같은 걸 입었기에 다 찢을 건데 이건 뭐냐 벗고 오라고 했고, 서로 동의해 바로 벗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그 장면은 거실에서 촬영을 하려다가 같은 장소가 반복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촬영감독의 의견을 들어 현관 입구로 바꿨다. 거실은 좁은 장소가 아니기에 스태프들이 빠지지 않아도 됐는데 후회스러운 부분"이라며 "하지만 처음에는 거실 촬영이었다는 그 의미는 처음부터 심한 노출을 의도했던 장면이 아니라는 거다. 노출을 중점에 두는 장면이었다면 처음부터 장소를 그리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배우의 상체 뒷모습만 보였기 때문에 내용상 브래지어가 찢어져도, 찢어지지 않았어도 OK 영상이었다. 여배우가 소위 당했다라고 생각했다면 모니터를 볼 때 이미 터져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또 모니터에서 장면의 성격과 달리 여배우의 가슴이 노출되었거나 에로틱한 그림이 형성되었다면 내가 먼저 스톱시켰을 것"이라며 "여배우가 상체 부분에 대해서도 조덕제에게 소를 제기했는데 차라리 나도 고소를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여배우가 감독과 짜고 조덕제를 죽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여배우도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공동대책위원회가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일단 촬영 중 일어난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 관련 부분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조덕제, 내가 편 들어주길 바라는 것...여배우도 답답한 부분 있다
장훈 감독은 "읏을 찢으라는 디렉션을 내렸지만 메소드 연기를 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사진 | 진현철 기자
"더 이상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도, 이상한 감독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는 창피해서 찍을 수도 없다"고 한 감독은 "15년 만에 연출하는 작은 영화였지만 혼신을 다했다. 15세 관람가로 제작비 4억원의 초저예산영화였지만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2016년 예술영화로 인정받기도 했다. 에로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2분짜리 악의적인 짜깁기 영상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끝까지 추궁하고 법적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조덕제의 행동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아무리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해도 양심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감독의 디렉션을 받아 연기했지만 나는 성추행을 안 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게 설득력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아니라 감독인 나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내가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거다. 나는 할 말이 더 있는데 참고 있다. 진실과 다른 부분만을 이야기했다. 여론몰이를 더 이상 하지 말아 달라."
조덕제의 주장과 공개된 영상을 통해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니, 명예훼손 등을 고려하지는 않았을까. 감독은 "내가 제일 큰 어른인데 두 사람의 공방에 나까지 들어가 진흙탕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호사 선임 등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짜깁기된 2분짜리 영상을 공개한 매체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문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배우에게도 할 말은 있다. 감독은 "여배우가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못 느껴 바로잡을 부분은 딱히 없다"면서도 여배우 역시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녹음하고 재판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등 중립을 지키려고 한 자신을 답답하게 한 부분이 없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감독은 또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억울할 테니 당한 상황을 직접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라며 자신 역시 복잡하고 힘든 상황임을 내비쳤다.
◆부족한 감독으로 죄송, 두 연기자에게 진심어린 위로 전해
감독은 "이제 막 군에 간 아들과 곧 이 세상을 떠날 아버지에게, 그런 아버지와 그런 아들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며 "법원에서 부른다면 또 나갈 의향이 있다. 지금 생각으로는 제발 나가서 안 했던 이야기들을 더 하고 싶다. 사법기관이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다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영화 만들어 보겠다고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들과 연기자들께 참 많이 부족한 감독으로서 한없이 죄송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두 연기자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다수의 언론 매체들이 사실관계와는 달리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과 정리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지 않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법원은 조덕제에게 1심은 무죄를, 2심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양측은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조덕제는 "감독의 디렉션대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기했을 뿐, 고의로 여배우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배우가 어쨌거나 부담스러운 신을 촬영하며 겪을 심적 예민함을 고려해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그것이 나의 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하고 있고, 여배우 측은 "명백한 추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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