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중 부산지검장(50·사법연수원 21기)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사장급 이상 현직 검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지난해 7월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50·21기)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장 지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장 지검장은 이날 검찰청사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만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2013년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돼 근무하면서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전담반 '현안 태스크포스(TF)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안TF는 가짜 사무실과 서류를 꾸며 검찰 압수수색을 방해하거나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TF 일원이었던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8일 구속됐다.
검찰은 장 지검장과 같은 시기 국정원에서 법률보좌관을 지낸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23기)와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56)도 같은 혐의로 전날 오후 소환해 새벽까지 조사했다. 27일 장 지검장 등 7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당일에는 국정원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의정부지검 부장검사(43·30기)를 밤샘 조사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 상황을 고려해 30일 자로 장 지검장과 이 부장검사를 각각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대전고검 검사로 인사조치 했다. 일선 수사 지휘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사실상의 대기발령이다.
한편 수사팀은 댓글공작 혐의로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54)에게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추 전 국장의 '비선 보고' 를 받고 각종 불법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50·19기),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49·22기)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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