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온다'
유통, 미디어, 전자통신 등 각 산업에 진출해 기존 산업을 초토화 시켰던 아마존이 제약 산업에도 본격 진출한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CNBC 등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 내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했다. 12개주는 앨라배마, 애리조나. 코네티컷,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미시간, 네바다, 뉴햄프셔, 뉴저지, 노스다코타. 오리건, 테네시 주 등이다. 이에 따라 12개 주에서는 이르면 내달부터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으면 지역 약국 외에도 아마존에 주문, 해당 약을 배달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 약을 처방 받으면 간호사가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한다.
환자는 해당 약국에서 약을 픽업하면 되는데 특수 질병의 경우엔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어 1~2일 기다려 픽업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약을 시간 맞춰 픽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도 많다. 하지만 아마존이 약국 사업에 진출, '당일 배송'을 하게 되면 환자들은 편리하게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약을 받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처방약 시장 규모는 연간 5600억 달러(약 642조 원)로 아마존의 직접 타깃이 돼 왔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대형 식료품 매장에 더욱 갈 필요가 없어졌다. CVS헬스, 월그린, 타깃, 세이프웨이, 월마트 등에서 약국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특히 CVS헬스는 지난 2016년 기준, 식료품 매출은 1.5% 줄어든 반면 처방약 판매는 3.2% 늘었다. 식료품 매출이 점차 아마존 등 온라인에 뺏기고 있어서 '약'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의 '처방약' 시장 진출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아마존이 진출하면 관련 산업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결국 헬스케어 분야에서 75조원(66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M&A) 딜을 촉발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VS헬스가 미국 5대 건강보험회사중 하나인 애트나 주식 전량을 주당 200달러 이상에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양사 경영진이 수개월간 접촉해왔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M&A에 성공할 경우 의약, 보험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가 된다. 이 M&A는 제약 산업과 보험업의 첫 결합이자 관련 산업이 지각변동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 돼 미국 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CVS핼스가 애트나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약국과 보험'의 결합이 가격 경쟁력을 가져오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내 '약국'으로 유명한 CVS헬스를 몸집을 키워 보험업, 헬스케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다.
미국 약국은 고가 처방약에 적용되는 민간 보험 수입에서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데 CVS헬스가 애트나를 인수하면 의약품 판매 후 보험료 청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제약사와의 약품공급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애트나 가입자를 자사 보험약제관리회사 고객으로 확보할 뿐 아니라 고객 건강정보 데이터를 축적,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 CVS 매장이 건강 보험과 관련된 '진료소'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사실'로 인정받아 왔다. CNBC는 아마존이 이르면 내달 추수감사절 이전까지 처방약 온라인 판매 개시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처방약 뿐만 아니라 전체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소비재 팀이 의약품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보험약제관리 체제 구축을 위해 지난 3월 의료보험회사(프리메라 블루 크로스) 출신의 업계 베테랑 마크 라이언스를 영입하기도 했다.
혈액 검사 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목표를 가진 그레일(Grail) 등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 하면 내부에서 '1492'로 불리는 연구팀을 가동, 헬스케어 부문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연구 중이다. 전자진료기록 시스템과 원격 진료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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