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일동제약의 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와 한미약품의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에 대한 시장 평가가 냉랭하다. 효능과 복약 편의성 등 제품력이 떨어지거나 임상시험 노하우 부족으로 데이터 축적이 늦어진 탓이다.
2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동제약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증권사 중 '베시보'에 대한 의견을 보고서에 실은 곳은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일동제약에 대한 분석을 내놓은 또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베시보가 출시된 뒤 판매량을 확인한 뒤 분석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판매 허가를 받기 전인 신약도 제약사의 기업가치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베시보'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태도는 다른 신약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베시보는 이미 판매 승인을 받아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이같은 태도는 '베시보'가 진입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B형간염치료제 시장은 기존에 가장 많이 팔린 약 '비리어드'의 특허기간 만료가 임박해 수십개 복제약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베시보'와 같은 기전(약이 몸 속에서 작용되는 과정)인 '비리어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 중 처방액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형 품목이라 다수의 제약사가 B형간염치료제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베시보'의 제품력이 '비리어드'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일동제약은 '베시보'가 골밀도·신기능 감소 등 '비리어드'의 부작용을 개선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베시보'는 복용 시 L-카르트닌을 보충하기 위한 약을 한 알 더 먹어야 하는 취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임상 데이터가 많지 않은 것도 '베시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국내에서 허가 받은 '비리어드'는 세계적으로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에야 국내 허가를 받은 '베시보'는 임상 데이터의 양은 몇백명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에게 투약한 기간도 '비리어드'보다 짧아 내성 발현에 대한 검증도 되지 않았다. B형간염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비리어드'를 복약하고 내성이 발현된 사례는 지금까지 모두 4건 보고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과학자"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모험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비리어드'를 더 선호할 것이라는 말이다.
같은 이유로 한미약품의 '올리타' 역시 임상 현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를 사용하면서 생긴 내성을 피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인 올리타는 같은 기전을 가진 '타그리소'보다 먼저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글로벌 임상 3상을 먼저 마치면서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를 쌓자 국내 의사들조차 '타그리소'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약가 협상을 하면서 올리타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하면서 약가 협상이 두 번이나 결렬되는 이례적 상황도 연출됐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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