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 두 권으로 탁월한 이야기꾼 각인, 조엘 디케르!
입력 2017-10-24 16:55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조엘 디케르 신간 《볼티모어의 서》가 출간되었다.

조엘 디케르는 단 두 권의 소설로 조국인 스위스와 주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두 번째 소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들이 뽑은 콩쿠르 상, 블뢰스타인 블랑셰 재단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무려 3백만 부라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그는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를 발표하면서 탄탄한 저력을 갖춘 작가, 강렬한 서사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볼티모어의 서》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고, 아마존을 비롯한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 집계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스위스와 프랑스 언론은 ‘조엘 디케르 현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이제 삼십대 초반인 젊은 작가가 거둔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그는 전 세계 독자들이 기억하는 이름,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이게 될지 가장 기대가 큰 작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마찬가지로 작가 마커스 골드먼이다. 이 소설에는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과 ‘몬트클레어 골드먼 가족이 등장한다. 마커스의 큰아버지 가족이 사는 곳이 ‘볼티모어이고, 마커스네 가족이 사는 곳이 뉴저지 주 ‘몬트클레어이다. ‘볼티모어 골드먼 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은 편의상 사는 지역을 앞에 붙여 부르게 된 호칭이다.


마커스 골드먼은 이 소설을 통해 볼티모어 골드먼들의 가족사를 생생하게 되살리는 한편 그들이 화려한 영광의 시절을 보내다가 한 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모습을 가족구성원과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면밀히 추적하는 과정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때 눈부신 성공시대를 열었던 가족,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던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을 만큼 풍요를 누리던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들을 몰락으로 치닫게 만든 균열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구성원들 간의 두터웠던 믿음과 사랑은 왜 차츰 반목과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을까?

사회적인 성공, 경제적인 풍요,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된 가족애로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었던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차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할뿐더러 각자의 이기적인 욕망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파멸을 자초한다.


조엘 디케르는 이 소설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실망, 소외감, 좌절, 슬픔, 분노 따위의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파생되고 축적되어 가는지 묘사한다.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믿음직한 가장이자 늘 소송에서 승승장구하는 변호사, 이미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재력가,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울 골드먼이 차츰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공 역시 삶의 한 과정일 뿐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울이 자존심에 눈이 멀어 엉뚱한 곳에 거액을 기부하고, 힐렐과 우디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겨 질시하기 시작하고, 큰어머니가 홀로 외로움을 느끼다가 절망에 빠져드는 모습은 더 이상 서로를 지극히 신뢰하고 사랑하는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의 면모와 거리가 멀다.

이 소설은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비극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찾아야 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고, 위기와 도전 앞에서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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