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백김치 좀 더 주세요."
지난 1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완백부대찌개 여의도식객촌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시 30분께 가게를 찾았지만 70여석의 매장은 여전히 손님으로 북적였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후 평일 점심시간에만 평균 5회전이 돌기 때문에 가게는 연일 문 앞까지 긴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가게 앞 입장 순서를 적어놓는 화이트보드는 빠르게 지워지고 쓰이길 반복했고, 바글바글 끓는 재료에 맑은 육수를 붓는 직원 손길이 분주했다. 너덧개 반찬을 내놓는 일반 부대찌개 집과 달리 이곳 반찬은 백김치 하나 뿐이지만 매콤한 부대찌개와의 궁합이 좋아 '백김치 추가'를 외치는 소리가 줄을 이었다. 어느정도 손님이 빠져나간 오후 2시가 돼서야 이승하 완백부대찌개 대표(48), 주상욱 완백부대찌개 여의도식객촌점 사장(46)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완백부대찌개는 가맹점 개설과 식자재 공급, 점포 관리를 본사가 맡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입지 선정부터 매장 운영까지 본사가 돕지만 점주가 식재료 구입부터 요리까지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라기 보단 요식업 트레이닝센터인 셈. 프랜차이즈 점주가 아닌 '진짜 사장님'이 돼야 가게가 성공한다는 이대표의 원칙 때문이다.
대신 본사는 점포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점포별 최대치도 설정해 이 이상을 벌 경우 수수료는 반으로 줄어든다. 점포별로 임대료가 다른 만큼 수수료율도 점포마다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대표는 "점주가 적자를 보고 있는데 꼬박꼬박 본사가 수수료를 떼어 가는 것은 책임없는 행동"이라며 "점주가 돈을 벌어야 본사도 산다. 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모두 제외하고 점포에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할 때부터 (본사가) 수수료를 받는다. 덕분에 본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점포가 가능한 것"이라며 웃었다.
본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점포 중 하나가 바로 완백부대찌개 여의도식객촌점이다. 개점 7개월도 채 안 됐지만 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이대표와 주사장은 완백부대찌개 브랜드를 선보이면서부터 함께 한 '동료'이기도 하다. 파주 출신으로 25년동안 요식업계에 종사하면서 부대찌개 하난 자신있었던 이대표가 여의도 씨티플라자에 자리가 난 것을 보고 주사장에게 완백부대찌개 점포를 내볼 것을 권했다. 회사원으로 근무하면서도 '언젠가 내 가게를 내고 싶다'며 3년 동안 주말마다 이대표의 가게를 찾아 일을 돕던 주사장의 성실함이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완백부대찌개는 점주의 일이 많은 만큼 성실함과 자부심이 필요한 가게"라면서 "늘 고객에게 안부를 묻고, 직원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주사장이 초기 점주로써 본사에 힘이 돼줄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주상욱 완백부대찌개 여의도식객촌점 사장(왼쪽)과 이승하 완백부대찌개 대표. [사진 = 강영국 기자]
완백부재찌개는 본사가 식자재 구입을 돕기도 하지만 점주가 직접 수급하길 권한다. 프랜차이즈는 식자재 공급에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대개 여기서 점주와 갈등을 빚기도 하는 만큼 이 역할을 점주에게 넘겼다. 처음엔 점주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재료 수급부터 요리까지 하면서 책임감과 자신감이 커진다는 게 이대표의 설명이다. 덕분에 평소 박스당 1만원도 안 하던 쑥갓이 올 여름 4만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주사장이 발로 뛰면서 산지에서 직접 수급해 손실을 크게 줄였다.유일한 반찬인 백김치도 본사가 제공한 조리법에 따라 매장에서 손수 담근다. 이대표가 개발한 미생물 먹이가 발효를 도와 일반적인 백김치와 달리 3일이면 먹을 수 있어 신선하고 매장에 장독을 둘 필요도 없다. 주사장은 "손님이 '백김치는 어디서 갖고 오냐'고 물을 때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고 답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매장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더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사골 스프를 넣어 뿌연 육수도 이곳에선 쓰지 않는다. 다량의 소시지와 햄, 고기 완자로 이미 진하고 느끼한 맛이 나는 만큼 다대기로 맛을 잡는다. 완자도 매장에서 직접 구워 낸다.
주사장은 "인근에 직장인이 많다보니 저녁 메뉴 개발을 본사에 요청해 철판요리와 콩불도 선보이게 됐다"며 "가게를 스스로 운영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본사 도움을 받는 구조라 진짜 '맛집 사장님'으로 단단해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식후 또는 줄을 서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주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긴 줄로 기다리는 시간이 많고, 매운 부대찌개를 먹은 뒤엔 달고 시원한 음식이 땡기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젠 같은 층 음식점을 찾은 고객들이 '아이스크림은 어디서 주는 거냐'며 매장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대표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 탓에 본사에선 초반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주사장이 밀어붙였다"면서 "고객에게 '음식 맛은 어떠세요? 아이스크림 하나 더 드세요'라며 말을 거는 주사장을 보면 점주들이 돈 버는 재미를 알고 힘내서 일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 걸 느낀다"고 말했다.
주사장은 종각식객촌점과 여의도식객촌점에 이어 다음달 인사동에 완백부대찌개 쌈지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완백부대찌개로서는 여섯 번째 점포다.
이대표는 "한 점주가 여러 점포를 신청해 운영하는 건 본사로선 무엇보다 뿌듯한 일"이라면 "본사의 다음 목표는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를 위해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이다. 점주가 하나라도 놓치는 것이 없도록 본사가 끝까지 책임지고 빈 자리를 채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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