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S 사라지자마자…이란·사우디 갈등 다시
입력 2017-10-23 15:58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집중하느라 잠시 잠잠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다시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갈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외교적 지원을 등에 업은 수니파 사우디는 최근 이란과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중동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 내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해체를 강조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민병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라크 내 모든 외국군은 철수해야 하며, 이슬람국가(IS)에 빼앗겼다가 해방된 땅을 이라크인들이 다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이란의 인접국이자 우방인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동시에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이라크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한 발짝 더 나가 각국이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와의 관계를 전면 중단해야 하며, IRGC와의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즉각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사우디) 양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사업을 수행하는 그 누구든 정말 위험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같은 움직임에 크게 반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안타깝게도 실수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고 과거 반(反)이란의 길에서 벗어나려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이란의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준수 여부를 불인증하는 등 이란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이라크는 이러한 사우디의 움직임을 은근히 유도하며 사우디와 이란 간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모양새다. 앞서 21일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사우디 국왕과 양국 협력을 논의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22일 알주바이르 장관-틸러슨 장관 공동기자회견에도 참가해 미국·사우디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우리 두 형제국의 관계가 번영하는데 기쁨을 표한다"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나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지난 6월에도 사우디를 방문해 "이라크는 (사우디와 이란 중) 어떤 편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균형 외교를 강조한 바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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