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을 기폭제로 프랑스에서도 여성들의 성추행과 성범죄 피해 폭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방송에 따르면,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모젤 크리스토프 아랑 하원의원이 여성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노골적인 성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치과의사 출신인 아랑 의원의 선거캠프에 발탁된 29세 여성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의원이 지나가면서 속옷 끈을 풀어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과 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보좌관은 아랑 의원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는 의사이므로 신체검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아랑 의원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보좌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의 지방의원인 녹색당 질베르 쿠주 의원의 여성 보좌관 2명도 그를 성폭행과 성희롱으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녹색당은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의 당무를 정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작가인 아리안 포니아는 사회당 원로 정치인 피에르 족스(82)가 2010년 오페라 극장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프랑스 정계는 그동안 남성 중심적인 폐쇄적 구조 속에 공인의 사생활에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는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성 의식이 왜곡됐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뉴욕의 한 호텔 방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IMF 총재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대통령의 꿈을 접은 바 있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프랑스 여성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당신의 가해자를 폭로하라'(balance ton porc)라는 캠페인을 통해 자신이 겪은 성폭력 사례를 잇달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의 프랑스판입니다.
이처럼 프랑스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성폭력을 공론화한 것은 와인스틴 사건이 불거진 뒤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신문 기고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은 것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세이두는 가디언 온라인판 기고문에서 과거 와인스틴이 영화 캐스팅을 빌미로 호텔 방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달아난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폭로했습니다.
그는 특히 영화계에 와인스틴 같은 남자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영화계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매우 강해져야 한다. 오직 진실과 정의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두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007 스펙터'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도 다수 출연했습니다. 세이두는 특히 프랑스의 영화·미디어기업인 고몽(Gaumont)과 파테(Pathe)를 소유한 영화계의 명문가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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