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석래 전 회장 항소심 1년 8개월 만에 시작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징역 3년형을 받은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82)의 항소심이 1심 선고 이후 1년 9개월 만에 열렸다.
2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8000억원대 탈세 및 회계사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로 기소된 조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조 전 회장 등은 지난해 1월 1심 선고를 받았지만 효성 측이 형사 사건 외에 조세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관련 심리가 이어지면서 항소심 진행은 미뤄져왔다. 재판부는 1심 선고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고, 이후 5차례의 준비 절차를 거쳐 이날 드디어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노쇠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설 때도 직원들의 부축을 받았다. 재판을 시작하며 이름과 생년월일, 주거지 등을 말할 땐 작은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뗐다. 함께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던 이상운 부회장(65), 아들 조현준 효성 회장(49) 등에게 발언 순서가 돌아가자,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에도 힘겨운 듯 재판 내내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자리를 지켰다. 앞서 조 전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도 고령에 암 투병을 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을 면했다.

이날 법정에는 과거 조 전 회장의 차명 주식 등 개인 재산을 관리했던 전직 효성 직원 고 모씨와 이 모씨 2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80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회계사기 등 기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1심은 135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횡령·배임 등 혐의와 일부 조세포탈 혐의는 무죄로 봤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