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정치공작에 관여했다는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직권남용)를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정보국장과 국정원과 공모해 관제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을 받는 추선희 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진행된 추 전 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전체 범죄사실에서 피의자(추씨)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은 영장이 기각되자 "추 전 국장은 국정원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간부로서, 배우 문성근 씨 합성사진 유포 등 비난공작, 야권 정치인 비판, 정부비판 성향 연예인의 방송 하차 내지 세무조사 요구 등을 기획하고, 박근혜정부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의 실행에도 관여하는 등 범행이 매우 중하다가 판단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추 전 국장 구속영장 기각에 앞서 추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추 전 사무총장의 영장심사 결과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압수수색 때 사무실을 닫아건 채 자료를 숨기고 주민등록지가 아닌 모처에 거주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현저한 피의자에 대해 '증거자료 수집,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주거 상황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함께 기각되면서 검찰의 수사에는 제동이 걸렸다. 특히 추 전 국장의 경우 당초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한 후 기존의 이명박정부 관련 수사는 물론이고 박근혜정부 당시 비위혐의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추 전 국장은 또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에게 비선보고를 한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등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추 전 국장과 추 사무총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비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에서 더 작은 역할 한 사람은 영장이 발부되고 더 큰 역할 한 사람(추 전 국장)은 기각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또 같은당 이춘석 의원은 "추 전 사무총장 관제 데모 하는 것 여러 번 봤고 자금 마련위해 대기업 협박해 '삥'을 뜯었는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며 "국민적 감정에 계속해서 반한다면 영장발부 권한 오래 못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종원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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