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 측 항소심에서 `현안 청탁 없었다` 주장 몰아붙일 듯…법원 "합병 성사에 위법적 요소 없어"
입력 2017-10-19 16:53 

19일 법원이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전면 인정하면서 삼성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에서도 더 거세게 무죄 주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일성신약 측 주장을 기각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로 주목을 받았던 삼성물산의 합병 절차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일성신약이 "(옛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대통령 등의 부당한 지시를 받고 합병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 하자가 있다"고 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는 2015년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되는 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었던 탓에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의결권 행사 과정에 무효·취소 사유로 삼을 만한 흠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자체가 거액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같은 배임적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명시했다.
이번 민사 판결은 앞선 국정농단 형사 사건 1심 판결들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뿐,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현안에 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측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또 승계작업이 "오로지 이 부회장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번 판결과 같은 맥락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행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61) 사건도 마찬가지다.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홍 전 본부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국민연금 투자위 의결 자체가 홍 전 본부장의 배임 행위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형사 재판 항소심에서는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민·형사 1심 판단을 들어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이 부분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 측은 1심 판단을 유지한 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판단을 뒤집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특검 측은 지난 12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원심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판단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일성신약이 일부 승소한 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옛 삼성물산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해 5월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일성신약의 옛 삼성물산 주식 매수가액을 삼성 측 주장보다 약 9400원 비싼 6만6602원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국민연금이 주가 조작을 도운 정황이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지만 이번 재판부는 "(합병 무효 소송) 심리를 통해서도 그런 사정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