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악성 채무자 신상 털어 공개 망신준다
입력 2017-10-11 15:39 

중국 광저우시를 달리는 버스 안. 스크린에 한 남성의 이름과 얼굴, 집 주소 등 각종 신상 정보와 함께 악성 채무자를 뜻하는 '라오라이(老賴)'는 설명이 뜬다. 빌딩 전광판은 물론 신문·잡지·방송·인터넷에도 노출된다. 휴대전화를 걸면 "이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모습이 조만간 중국 전역에서 목격될 전망이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금융 악성 채무자의 빚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 이들의 신상 정보를 털어 공개 모욕을 주는 대책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대출 체납자들에 대한 공개 망신 주기는 중국 대도시에서 시행돼 왔지만 이번에 중국당국이 국가 정책으로 결정해 중국 전역에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인민대법원과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 공산당 선전부는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기 위한 시스템을 연말까지 갖춰 전국에 배급할 계획이다. 악성 채무자들은 중국 당국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빚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이름과 사진, 신분증 번호, 자택주소, 채무금액 등이 신문과 방송, 온라인, 영화관, 버스 등 대중교통 스크린 등 대중들이 접할만한 각종 채널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가 신용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서 악성 채무자가 750만명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악성 채무자가 중국 사회의 만성적인 문제인 만큼 공개 망신을 주는 충격 요법이 빚을 갚는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 침해 논란이 있을 법하지만 중국에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망신을 주는 대책은 흔한 편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안면인식 신호등을 설치해 무당횡단한 사람의 개인 신상을 횡단보도 맞은편 전광판에 공개하고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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