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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母연기완결자 김해숙의 `희생부활자`
입력 2017-10-11 07:5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자기 복제로부터 자유로운 것. 모든 배우들이 끊임 없이 고뇌하는 딜레마이자 평생 숙제, 넘고 싶은 벽일테다. 그리고 배우 김해숙은 매번 그것을 해내고야 만다. 그녀가 타이틀 롤을 맡은 '희생부활자'(곽경택 감독)에서도 역시나 그랬다.
영화는 '살해당한 이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소재를 전면으로 다룬다. 누군가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간헐적으로 관측되는데 이들은 RV(Resurrected Victim)라고 불리며, 복수를 마치고 나면 다시금 사라진다.
김해숙이 맡은 '명숙'은 국내에서 발견된 첫 희생부활자로 갓 임용된 검사 서진홍(김래원)의 어머니다.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처참하게 살해 당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살아 돌아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좀비나 유령, 그 어떤 괴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그저 넋이 나간 무미건조한 표정을 제외하고눈 생전 모습과 동일하다. 하지만 끔찍이 아끼던 아들 진홍을 보자 칼을 든 채 맹렬하게 공격하는 장면은 순식간에 섬뜩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다.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희생부활자(RV) 사례들을 미뤄 짐작했을 때 엄마의 죽음 원인이 아들에게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 상황. 그러나 진홍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끈질긴 추격 끝에 불편하고도 씁쓸한 진실을 밝혀낸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미스터리의 실타래가 풀리는 시점부터 영화는 예상 밖 반전과 예측 가능한 전개가 뒤섞인 채로 속도를 낸다. 작품 중반까지는 스릴러적 긴장감과 파격적인 소재가 주는 신선함이 이끌어 가지만 결국엔 뭉클함을 유도(?)하는 '모성애'로 마무리 된다. 극명하게 다른 결의 '시작과 끝'은 직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결정적인 지점이다.
그리고 김해숙은 작품에 대한 그 어떤 평가와는 별개로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관객들은 그녀를 통해 무서움에 떨고 놀라며 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인터뷰차 만난 자리에서, 김해숙은 "작품을 찍는 내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어떤 작품과도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부담감이 컸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신이 고되더라.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도망쳤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일까.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그럼에도 결국은 '엄마'를 연기한 김해숙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빛난다. 그녀의 열정과 진심, 그리고 오랜 내공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10월 12일 개봉. 15세관람가. 러닝타임 91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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