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점가에 부는 `노벨상 훈풍`
입력 2017-10-10 11:52 

9일 노벨 경제학상 발표를 마지막으로 1주일 동안 전세계의 눈이 스웨덴 한림원을 향하던 '노벨상 주간'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올해 노벨상 시즌의 최대 수혜자는 서점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매년 수상자를 스타로 만들던 문학상 뿐만 아니라 경제학상과 물리학상에도 쟁쟁한 스타 저자가 대거 포함된 덕분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국내에서도 40만 부가 팔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넛지'(2008) 외에도, '승자의 저주'(1992),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2016) 등 세 권의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다.
행동경제학자 세일러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지닌 '넛지(nudge)'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이 말을 세계적인 유행어로 만들었다. '승자의 저주'에서는 경매시장에서 사람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른 나머지 승자가 되는 순간 적자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현상을 소개했다. 최신작인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쿠폰과 세일 광고 앞에서 변심하고, 폭풍우를 뚫고 경기를 보러 가거나, 고통을 참아가며 테니스를 하는 등 인간의 불합리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일러는 이처럼 주류경제학의 이론적 틀로서는 해명되지 않는 패러독스와 이상현상을 친절하게 소개해온 대중적 저자이기도 했다. 10일 오전 10시까지 만 하루동안 예스24에서 3권의 판매량은 356권으로 이전 한 주간 20권에 비해 큰 폭으로 뛴 수치다. 예스24 김현주 MD는 "'넛지'는 가장 대중적인 행동경제학 도서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며 "기존 수상자에 비해 독자들로부터 더 많은 판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론 물리학자 킵 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명예교수도 여러 책을 낸 저자다. 그중 유일하게 국내에 출간된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여러 과학적 가설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 책이다. 영화에 과학담당 자문으로 참여한 그는 블랙홀과 웜홀, 시간여행과 5차원 등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했다. 판매가 뚝 끊어졌던 주문이 수상 직후 다시 들어오고 있다고 까치출판사는 밝혔다.

서점가는 특히 올해 노벨문학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0년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가장 대중적인 작가이자, 역대 수상자 중 가장 많은 작품이 국내에 번역된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시구로는 35년간 발표한 8종의 소설 전편이 국내에 번역됐다. 게다가 역사소설, SF, 판타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온 점도 대중과의 폭 넓은 접점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5일 밤 수상 발표 이후 판매고가 수직 상승하며 대표작 2권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10일 알라딘에서는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가 나란히 종합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라있고, 예스24에는 각각 2위와 5위에 올라있다. 예스24에서는 10일 오전 10시까지 그의 책이 총 4130권 팔렸다. 이는 같은 기간 대비 2010년 이후 수상 작가 중 가장 높은 판매고다. 2013년의 앨리스 먼로는 같은 기간 1976권, 2014년의 파트릭 모디아노는 1963부가 팔린 바 있다. 8권의 출간작 중에는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소설집 '녹턴', 최근작인 '파묻힌 거인', 데뷔작인 '창백한 언덕풍경' 순으로 판매고가 높다.
그동안 '노벨문학상 효과'는 시인보다는 소설가, 타언어권보다는 영어권의 경우 판매량이 많이 뛰었던 전례가 있다. 이시구로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데다 일본 출신의 영국 작가라는 점과 '나를 보내지 마'와 '남아 있는 나날'이 영화로도 만들어져 베스트셀러 '롱런'도 가능하다는 게 서점가의 중론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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