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인터뷰] ‘남한산성’ 이병헌 “김윤석과 대립, 어떠한 액션신보다 뜨거웠다”
입력 2017-10-10 09:02 
배우 이병헌 사진=CJ엔터테인먼트
[MBN스타 김솔지 기자] 지난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천만배우 타이틀을 얻은 이병헌이 ‘남한산성을 통해 5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왔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이를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달랐던 두 신하를 중심으로 한 팽팽한 구도 속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한층 드라마틱하게 완성됐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완벽했고, 굉장히 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대로만 만들어진다면 정말 좋은 영화가 나오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내가 나름대로 상상 속에서 형상화했던 최명길이란 인물을 고스란히 담아서 연기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병헌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려 하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이병헌은 그동안 보여왔던 폭발적인 카리스마 대신 절제되고 묵직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최명길은 보이는 그대로였다. 자기 소신이 분명하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지만, 김상헌(김윤석 분)과는 달리 어떤 강한 말을 왕에게 어필하고, 예의를 갖추고 직선적이기 보다는 우회적이면서 은유적이기도 한 인물이다. 하지만 소신만은 누구보다 단단한 모습, 외유내강의 이미지를 강하게 봤다. 무서울 만큼 이성적인, 자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피를 토할 만큼 싸우는 김상헌마저도 왕 앞에서도 유일한 충신이라고 얘기할 만큼 자기와 김상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한산성은 ‘말의 전투라는 평이 이어질 정도로, 청과 화친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를 두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첨예한 말의 대결이 핵심인 영화다.

주어진 장면마다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 내 주장이 압도적으로 상대의 주장을 뛰어넘는 의도가 담긴 장면이 있으면, 거기에 맞게 해야 하고, 반대로 누르는 거면 거기에 맞게 연기해야 한다. 더 설득력 있게 하기 보다는, 장면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가 중요하기에 그런 것에 대한 촬영현장에서 안 맞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김상헌과 최명길 대립신에서는 모든 스태프들이 긴장하고, 그 상황과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들을 해줬다. 이미 나와 있는 대사와 두 사람 불꽃같은 격돌이 어떠한 액션신보다 강렬하고 뜨거웠다.”

극중 최명길과 김상헌은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서로 다른 신념으로 팽팽하게 맞선 만큼 눈빛, 표정만으로도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병헌은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모습으로 자신의 신념을 전했고, 김윤석은 청과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배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표정이나 감성이 작용한 것 같다. 또 의도적이었던 부분은 일단 남한산성에 고립된 47일간이 그들 모두에게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비통했을 것이다. 모두가 죽을 수도 있고, 정말 최명길이 주장하는 소신이지만 ‘가서 무릎 꿇어라, 만백성을 살리는 길이다, ‘왕이라면 한번쯤 고개 숙이고 만백성을 구해내는 거고 지키는 게 도리 아닌가 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왕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들 모두가 기본적인 감성은 비통함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남한산성에서는 이병헌, 김윤석 외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빈틈없이 채웠다. 이병헌은 극중 긴장감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도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 연극을 하셨던 분들이다. 그래서 공통분모가 많았다. 대화를 듣고 있기만 해도 재밌었다. 늘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병헌은 ‘남한산성에 대해 최명길, 김상헌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요점이 아닌, 영화에서 강조한 부분은 ‘인간이 아니었을까 라는 소신을 밝혔다. 두 신하에게는 나라,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처음 기획의도도 그렇고, 지금의 정세나 상황을 굳이 아주 맞닿아있다고 생각 못했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상황들이 380년 전에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현재에 정세와도 많이 닿아있고 그런 걸 의식하며 영화를 보게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이 영화는 정치적인 색깔의 이야기도 아니고, 결국 인간, 인본주의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자기 소신을 왕에게 설득시키려 주장하는 것은 자기의 색깔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살려야한다는 생각 하나로 논리를 펼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상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정치 다음에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이라는 너무 당연한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