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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법정` 첫방] 성범죄 수사극, 영리하게 풀었다
입력 2017-10-10 06:46  | 수정 2017-10-10 08:1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성범죄를 다룬 수사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첫 전파를 탔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인 동시에 남녀 입장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영리하게 풀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는 성공을 향해 내달리던 마이듬(정려원 분)이 부장 검사의 성추행 사건과 얽혀 여성아동범죄전담부로 좌천됐다. 그는 사건 피해자인 여자 기자의 변호를 맡은 여진욱 검사와 함께 팀원으로 성범죄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잘 다루지 않았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만 쓰인다면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일부분을 부각하면 자칫 남녀 성대결로 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시청자와 처음 만난 '마녀의 법정'은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내세우면서도 통쾌함을 선사했다.

마이듬은 의료 수술을 통해 병역을 기피한 유명인들을 적발하는 데 공을 세웠지만, 단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브리핑에서 빠졌다. 마이듬이 재기를 발휘해 사건 브리핑에 나섰으나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어 부장 검사는 수사 진행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술자리에 온 여자 기자를 성추행했다. 마이듬은 부장 검사의 신체 접촉에 불만을 가졌지만, 승진을 위해 참아온 상태였다. 그는 결국 무릎까지 꿇으면서 기자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마녀의 법정'은 이같은 상황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마이듬은 늦은 시간에 같은 아파트에서 만난 여진욱(윤현민)을 변태로 오해하거나 성추문 사실이 밝혀진 부장 검사의 정강이를 차고 그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졌다. 성범죄 피해 상황을 전하며 그 속에 웃음을 섞어 반감 없이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마녀의 법정'을 연출한 김영균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주인공들이 캐릭터성을 갖고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조심할 부분은 조심하고, 재밌는 부분은 재밌게 풀 예정이다"고 했다.
이어 김여진은 "여자라는 이유로 무서움을 느끼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성 성범죄는 누구도 피해가지 못 하는 일인 듯하다"며 "남자분들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마녀의 법정'은 두 가지 부분이 적절하게 섞인 드라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밝은 곳에서 성범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녀의 법정'가 다루는 여성 아동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주제다. 경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출로 시청자에게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면 좋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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