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방카시장 놓고 은행·보험 혈투
입력 2017-10-08 17:44  | 수정 2017-10-08 20:33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파는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완화를 은행권이 요구하고 나서자 보험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전국은행연합회가 정부에 요청한 25% 룰(Rule) 완화, 방카 판매 상품 종신·차보험으로 확대 등에 대해 "은행 보험계열사, 대형 보험사 상품 판매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소형 보험사가 설 자리를 잃고 결국 보험 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반박 입장을 내놨다. 25% 룰이란 은행 한 곳이 1년간 판매한 보험상품 중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은행은 "25% 룰 탓에 소비자가 많이 찾는 인기 보험상품이라도 판매 한도를 채우면 더 이상 팔 수 없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룰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25% 룰이 사라지면 은행의 자사 보험계열사 밀어주기가 성행하며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이 쪼그라들고 중소 보험사 몰락이 가속화해 보험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면서 룰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25% 룰 때문에 은행들이 최소 보험사 4곳의 상품을 팔아야 하지만 룰이 완화되거나 폐기되면 은행들이 판매수수료율이 높은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보험 선택 기회가 줄어든다는 게 보험업계 측 주장이다.
또 보험업계는 방카 채널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다른 판매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판매 상품 범위를 차보험 등으로 확대하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방카로 팔린 손해보험 신계약 가운데 불완전판매 비중은 평균 0.09%로 비대면 채널인 다이렉트(0.14%)나 텔레마케팅(0.2%)보다는 낮았지만 대면채널인 개인보험대리점(0.04%)이나 설계사(0.08%)보다는 높았다. 특히 손해보험 대표 상품인 상해(0.16%)와 질병(0.12%)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기존 설계사 채널(각각 0.07%, 0.09%) 대비 많게는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방카 규제가 완화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카 채널로 보험이 팔릴 때마다 은행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가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보험설계사 2만5000여 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게 협회 분석이다. 보험업계가 은행권 방카 업무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간 보험사들의 독무대였던 자동차보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올 상반기 손보사들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 늘어난 2조5000억원이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손해율이 77%대로 큰 폭 개선된 차보험 덕분이었다.
■ <용어 설명>
▷ 방카슈랑스 :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회사 대리점 자격을 얻어 보험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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