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연례사업으로 생색내는 도시재생 뉴딜
입력 2017-10-08 17:25  | 수정 2017-10-08 20:29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분야 최대 역점사업인 도시재생 뉴딜과 관련된 사업 추진계획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에 따라 수혜를 기대하던 지방자치단체나 업계의 실망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과 연계된 투자계획 상당 부분이 정부가 매년 지출하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이름만 바꾼 것이어서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5년간 연평균 10조원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지출하며 이 중 4조9000억원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주택도시기금 중 내년도 도시재생을 위해 직접적으로 쓸 수 있는 도시계정으로는 1조1000억원만 확보됐다. 650억원에 불과했던 올해에 비하면 많이 늘었지만 전체 도시재생 뉴딜의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국토부는 나머지 3조8000억원을 도시재생과 연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지출할 예정이다. 이 돈은 주택계정에서 투자하며 이렇게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도시재생 뉴딜과 함께 현 정부의 양대 부동산 공약인 '연간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 계획에도 포함된다. 도시재생 뉴딜 전체 사업비의 약 40%에 달하는 돈에 '공공임대주택용'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표가 붙는 셈이다. 공적임대주택의 구체적인 공급계획은 이달 정부가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길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연간 17만가구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4만가구는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주거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은 13만가구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이 정권에 관계없이 과거 정부에서도 꾸준히 해 온 '연례사업'이라는 점이다. 직전 정부도 2013년 출범 이후 올해까지 연평균 11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오고 있다. 최근 3년간은 매년 12만가구 이상 공급했다. 현 정부의 공약이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확보 자금은 도시재생과는 다른 목적의 예산"이라며 "국내에서 정부 주도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가 아직 거의 없다는 점에서 내년 도시재생 관련 기금 지출을 적게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간 10조원이라는 숫자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용도의 자금까지 갖다 붙이는 것은 꼼수"라고 꼬집었다.
공공임대주택의 일부 물량을 도시재생 뉴딜 연계용으로 묶어버린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공급하는데 1억원 안팎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조9000억원이면 3만9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선정의 절반 이상이 지자체 공모로 이뤄지는데 이는 바꿔 말해 제대로 된 공모계획을 수립할 역량이 없는 영세한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을 배정받는 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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