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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이승엽의 바람대로 다 이뤄진 최고의 은퇴경기
입력 2017-10-03 20:25 
이승엽은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은퇴경기에서 홈런 2방을 날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무대는 이승엽의 은퇴경기. 당연히 주인공도 이승엽이었다.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만난 이승엽은 1년 후에는 실업자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그는 마지막 시즌을 평소와 다르지 않게 준비했다.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으나 마지막 시즌을 멋지게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
그가 바랐던 마지막 경기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마음 편하게 발걸음을 떼고 싶었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졌다. 단, 포스트시즌이 아닌 정규시즌이었다.
삼성은 3일 이승엽의 은퇴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삼성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이승엽의 등번호 3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다 같이 입고 뛰었다. 선수들은 확실히 (그 날이 되니)느낌이 묘하다”라고 했다.
이날 시구자는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였다. 삼성은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특별 시구를 고민했다. 이승엽 가족으로 대상을 좁혔고, 최종적으로 이송정 씨가 시구를 하게 됐다. 이승엽도 나와 아내에게 매우 의미가 크다”라며 구단의 제의에 흔쾌히 수락했다.
삼성은 경기 후 이승엽의 은퇴식을 거행했다. 영구결번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승엽을 위한 진정한 무대는 본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올스타전 같은 이벤트가 아니었다. 비록 경기 결과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프로의 기본 자세였다. 그리고 이승엽이 늘 강조했던 부분이다.
김한수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이승엽의 은퇴경기이니 최선을 다하자라고 주문했다. 이기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은 베스트 라인업이었다. 그리고 선발투수 백정현이 난조(4⅓이닝 6실점)를 보이자, 2번째 투수로 페트릭을 투입했다.
박해민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만큼 오늘 승리를 위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자는 분위기다. (이)승엽 선배가 결승 홈런을 날리거나 끝내기 안타를 치는 게 가장 아름다운 그림 아닌가. 오늘 승엽 선배가 3번타자로 뛰신다. 내가 많이 출루해야 한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승엽은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은퇴경기에서 홈런 2방을 날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진(대구)=천정환 기자

박해민은 1회말 2루타를 때려 이승엽 앞에 ‘밥상을 차려줬다. 그리고 이승엽은 홈런을 쏘아 올렸다. 선제 2점 홈런. 박해민의 바람대로 이승엽의 타격이 매서웠다. 이승엽은 2번째 타석(3회말)에서도 아치를 그렸다. 개인 통산 28번째 연타석 홈런을 은퇴경기에서 기록했다.
넥센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부담이 크다”라던 넥센은 초이스를 앞세워 삼성을 압박했다. 5회초까지 박진감이 넘치는 추격전이었다. 뜨거운 승부는 이승엽의 은퇴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이승엽의 홈런은 도화선이었다. 삼성 타선이 폭발했다. 4회말 3점을 뽑은 삼성은 6-6의 5회말 대거 4점을 획득했다. 3루수 장영석의 실책으로 만든 2사 1,2루서 박한이, 김성훈의 연속 장타가 터졌다. 그리고 김민수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1점차, 2점차, 3점차 리드를 못 지키며 동점을 허용했으나 4점차 리드는 달랐다. 5회말 10-6으로 앞선 삼성은 이후 넥센의 반격을 3점으로 막아냈다. 최종 스코어 10-9. 은퇴경기에서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던 이승엽. 동료들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잊지 않고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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