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카마 같다고? 생활한복, 특별대우 바라진 않지만 오해는 풀어야"
입력 2017-10-03 14:36  | 수정 2017-10-10 14:40

모던한복을 팔고 있지만 "전통 옷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사주세요"라고 어필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그보다는 '예쁜' 옷을 판다는 생각이 더 컸다. 관심을 갖는 손님이 생기면 그제서야 "예쁜 옷이죠? 그런데 이게 한복을 모티브로 한 거에요"라고 다가갔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쇼룸을 만들고, 국내 최고 스타트업 액셀레이터인 프라이머로부터 한복 관련 업체로는 처음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 받고 있는 '하플리' 이지언(27·사진) 대표는 자신만의 마케팅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저 역시 모던한복이 너무 예뻐서 입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옷을 살 때 예쁜 옷, 내게 어울리는 옷을 사려고 하지 꼭 전통을 계승한 옷이기 때문에 사지는 않지 않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철저히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한복을 일상복으로 대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실제 다양한 모던한복 브랜드를 한데 모아서 파는 하플리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은 한복을 일상복으로 여기는 이들이라고 한다. 재구매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한복을 찾고, 또 찾는다고 했다. "모던한복이라는 게 처음 입어보는 게 어렵지, 한번 입기 시작하면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있어요" 이 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여기까지만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단순히 옷 장사로만 접근하는 것 아니야'란 오해를 할 뻔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 전통 옷 한복인데' 하면서 말이다. 기자의 오해는 최근 논란이 된 모던한복과 일본의 전통의상인 '하카마'와의 유사성에 대해 얘기하며 풀렸다. 일각에선 한복 치마 안에 저고리를 넣어입는 개량 한복 스타일이 하카마와 비슷하다며 한복의 무분별한 변형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통한복의 기본적인 원형은 지켜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그리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복 치마 안에 저고리를 넣어입는 것은 고려시대 흔히 볼 수 있는 평민 여성들의 복장이었어요. 우리나라 역사서만 찾아보면 금방 확인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그리고 하카마와 한복 치마는 주름 모양부터가 달라요. 우리나라 한복 치마가 한쪽으로 주름이 잡혀있다면, 하카마는 좌우에서 중심방향으로 주름이 있죠. 입는 스타일 역시 하카마는 바지처럼 발을 치마 가운데 넣어 입지만, 한복 치마는 쫙 펼쳐진 랩스커트처럼 허리에 둘러 입는 거에요."
단순히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 모던한복을 하카마의 표절본쯤으로 폄하하는 의견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모던한복이 전통한복을 계승한 것이냐 아니냐란 논란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한복을 더 친숙하게 하고, 입었을 때 만족감을 느끼게 할 지가 더 큰 문제"라며 "사람들이 한복을 쳐다보지도 않으면 전통 한복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조차 불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한복이 일상 생활에서 평상복처럼 소비되길 바라는 그는 SNS와 EBS의 강연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복의 자태를 스스로 모델로 활약하며 적극 알리는 중이다.
창업의 시작부터 그랬다. 패션 MD를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모던한복이 편해 입고다니던 그의 모습은 피키캐스트란 인기 포털에 '일반인의 흔한 한복 화보'라며 소개가 됐다. 해당 사진들은 단숨에 54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대표는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도 반응이었지만, 당시 달린 댓글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나도 이렇게 한복을 입고 싶다", "어떻게 하면 한복을 예쁘게 입을 수 있나요?", "어떤 상품들이 한복과 잘 어울리나요" 등이 눈길을 끌었다. 네티즌들 반응과 댓글을 통해 모던한복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취업 대신 선택한 창업의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한복만을 파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친숙하게 알릴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며 버텼다. 그런 과정을 인정받으며 또 사업성과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 올해 국내굴지의 스타트업 엑셀레이터인 프라이머 배치 11기에 선정돼 투자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윤민창의 투자재단 굿스타터 2기 투자도 결정돼 자세한 사항들을 논의 중이다.
"많은 분들이 제게 덕질과 직업이 일치해 성공한 사례라고 말하는데,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거나 사업을 하는 일은 또 별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처럼 한복을 평상복처럼 입고, 즐기시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어요."
이 대표는 모던한복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지난 6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에 주목한 디자인 기업 '마리몬드'와 함께 진행한 '하플리X' 상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금방 '완판' 돼버렸다.
"모던한복이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색다른 디자인도 필요하고요. 하플리X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겁니다." 한복(Hanbok)을 일상생활에 적용한다(Apply)는 뜻을 가진 하플리(Happly)의 향후 행보가 더 기대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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